수집된 고객 정보, 보험사에 판매…손배소 제기
1·2심 원고 일부 승소…대법, 상고기각 원심확정
경품 행사를 통해 입수한 고객들의 개인 정보를 보험사에 판매한 홈플러스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제공이 확인된 원고들에게 ‘위자료로 배상할 만한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 이 부분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한 원심 판단을 수긍한다고 17일 밝혔다.
홈플러스는 2011년부터 2014년 7월까지 경품 행사를 통해 712만 건에 달하는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148억 원을 받고 보험회사 7곳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패밀리 카드 회원을 모집한다며 개인정보 1694만 건을 수집한 뒤 보험사 2곳에 팔아 83억여 원을 받았다.
홈플러스는 당시 경품행사 응모권 뒷면과 인터넷 응모 화면에 약 1㎜ 크기의 작은 글씨로 개인정보 제공 동의에 대한 설명을 고지했다. 이에 이른바 ‘깨알고지’ 논란이 일었다.
경품행사 응모 고객과 패밀리 카드 회원 중 일부는 홈플러스가 경품행사 등에서 고객의 개인정보 2400여만 건을 부당하게 수집해 213억여 원에 판매했다며 홈플러스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에 대해 1인당 50만~70만 원을 배상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들이 피고(홈플러스)의 행위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에 따라 인정할 수 있고, 피고도 이를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면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경품 응모와 패밀리 카드회원 피해자에게 12만 원을, 경품 응모 피해자에게 10만 원을, 패밀리 카드 가입 피해자에게 5만 원을 각각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2심 역시 홈플러스 측 불법성을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경품행사 응모 고객에게 20만 원, 사전 검토용으로 개인정보가 전달된 패밀리 멤버십 카드 회원들에게는 10만 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총 배상금액(3000만 원)은 1심(2306만 원) 보다 늘어났다.
다만 개인정보 제3자 제공에 동의하지 않거나 경품행사에 응모한 멤버십 회원은 배상 대상자에서 제외했다.
2심은 “자신의 개인정보가 사전 필터링을 위해 보험회사에 제공됐다는 점에 대한 입증이 없는 이상 원고를 피해자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사전 필터링을 위해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제공했음을 입증할 책임이 피고(홈플러스) 측이 아닌 원고 측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또한 상고를 기각하면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개인정보 처리자가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한 행위를 했다는 사실 자체는 정보주체가 주장‧증명해야 한다는 점을 최초로 판시한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개인정보 보호법상 정보주체가 개인정보 처리자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행위로 입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개인정보 처리자의 고의나 과실을 증명하는 것이 곤란한 점을 감안하여 그 증명책임을 개인정보 처리자에게 전환하는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