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간암 1차 치료제에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이뮤도(성분명 트레멜리무맙) 병용요법이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등장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30년까지 간암, 담도암 등 소화기암 분야 ‘리더십’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14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이뮤도(성분명 트레멜리무맙) 병용요법의 국내 출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승인 내용과 앞으로 건강보험 급여 추진 계획 등을 공개했다.
임핀지와 이뮤도는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면역관문억제제(면역항암제)로,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뮤도를 진행성 또는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암(간암) 성인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임핀지와 병용투여하도록 승인한 바 있다.
과거 국내 간암 치료는 표적치료제 중심이었지만, 간 기능을 유지하면서 암세포를 사멸하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어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 병용요법이 등장했으며, 최근에는 임핀지·이뮤도와 같이 두 개의 면역항암제를 함께 쓰는 방법이 제시됐다.
가장 최근 등장한 요법인 만큼, 아직 건강보험 급여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출시 직후 의료 현장에서 임핀지·이뮤도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연중 건강보험 급여 신청을 추진할 예정이다.
방혜련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대외협력부 전무는 “담도암과 간암 등 두 가지 암종에 대해 급여 심사를 신청할 계획이고, 올해 중 신청 소식을 전하도록 할 것”이라며 “환자들의 기대 여명이 짧아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만큼, 치료와 보험 적용 기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핀지·이뮤도 병용요법은 3상 히말라야(HIMALAYA) 연구를 통해 기존의 간암 표적치료제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 단독요법 대비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전홍재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간세포암 치료의 의학적 미충족 수요와 히말라야(HIMALAYA) 연구를 통해 본 이중면역 항암요법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주제로 발표하며 히말라야 연구 결과를 설명했다.
연구에서 임핀지·이뮤도 병용요법은 기존 소라페닙 단독요법과 비교해 사망 위험을 22% 감소시켰다. 4년간 치료 효과를 추적한 후속 연구에서는 48개월 시점의 전체 생존율(OS)이 25.2%를 기록해, 소라페닙(15.1%) 대비 높게 나타났다.
전 교수는 “간암이 원격전이 될 경우 5년 생존율은 3.1% 수준인데, 이는 2.4%인 췌장암과 비슷한 수준으로 예후가 나쁘다”라며 “2008년도 표준치료제로 소라페닙이 등장했지만,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고 생존기간을 크게 향상하지 못해 활발히 사용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표적치료제는 초기 생존 기간을 늘리기는 하지만, 장기 생존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반면 면역관문억제제는 비교적 장기 생존이 가능하고 치료 효과가 유지되는 이점이 있다”라며 “임핀지·이뮤도 병용요법은 치료 중에도 간기능이 크게 악화하지 않는 효과를 보였다”고 부연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30년까지 소화기암 치료제 시장의 리더십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담도암 4개, 간암 4개, 위암 3개, 식도암 1개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임재윤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의학부 전무는 “아스트라제네카는 지금까지 폐암과 유방암에서 리더십을 보였지만, 이제는 소화기암 치료제에서 리더십을 확보할 것”이라며 “2030년까지 소화기암 분야에서 12개 이상의 허가·출시를 목표로 현재 임상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임 전무는 “간암과 담도암은 조기에 진단된 환자도 다른 암종에 비해 생존율이 낮아 의학적인 미충족수요가 매우 높다”라며 “조기에 진단돼도 재발하거나 효과적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진단된 국내 간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39.3%로 집계됐다. 이는 췌장암(15.9%), 담낭 및 기타 담도암(28.9%), 폐암(38.5%)에 이어 4번째로 저조한 수치다. 전체 암의 상대 생존율 72.1%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