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서울교통公서 벌어지는 ‘황당한 일’

입력 2024-05-14 05:00 수정 2024-05-1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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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영 사회경제부 차장

올해 3월 서울교통공사가 무단결근을 밥 먹듯 해온 노조 간부들에게 철퇴를 내렸다. 20명 파면, 14명 해임이라는 중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작년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산하기관의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 운용 현황을 들여다본 게 발단이 됐다. 타임오프제는 노조 전임자의 노조 활동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회사가 급여를 주는 것으로, 노사교섭·산업안전·고충처리 등 노사공동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는 제도다. 감사 결과, 교통공사에 허용된 면제 인원(32명)을 10배가량 초과한 311명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타임오프제를 ‘악용’한 것이다.

해임노조원 일부 복직…해명없어 추측 난무

이후 공사가 전수조사에 착수했고, 조합활동을 이유로 지정된 근무지에 정상 출근하지 않은 간부 187명을 가려냈다. 신분증 출입기록·사내 업무망 접속기록·작업일지·구내식당 이용 내역 등을 철저히 확인했다. 100일 무단결근은 예사였다. 근무지를 이탈한 간부들은 당구를 치고, 단란주점에 가고, 서핑을 떠났다. 그야말로 ‘놀고먹은’ 것이다. 추리고 추려 34명을 ‘응징’했고, 늦었지만 ‘정의’를 바로 세웠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달 들어서 황당한 얘기가 들렸다. ‘해임’ 처분을 받은 일부 노조 간부들이 내부 항소 절차를 밟아 7명이 ‘강등’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공사 내부 규정에 따르면 해임은 공무원 신분이 박탈되고 3년간 공직 취업이 제한되는 높은 수위의 징계다. 강등은 직원의 신분을 유지한 채 직급만 내리는 처분이다. 공사가 소리 소문도 없이 복직을 시켜줬다는 얘기다.

더 황당한 건, 복직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한 공사 측의 ‘함구’다. 인사위원회에서 복직 결정을 내렸으면 이유가 있을 것 아니냐고 묻는 질문에 공사 관계자는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징계 조치의 근거가 된 서울시 감사와 공사의 조사에 문제가 있었느냐는 질문엔 “그건 아니다”라고 했다. ‘묻지마 복직’인 셈이다.

해명이 없으니 추측만 무성하다. MZ노조인 제3노조는 “사측과 노조 간부 간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고 의심했다. 백호 교통공사 사장이 인사위 결정에 대해 재심사를 청구한 것을 두고 한 서울시의원은 “백호 사장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깨진 후 복직 결정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고도 했다. 공사 청렴감찰처장이 최근 직위해제된 것을 두고 “해임 노조원들을 복직시키려는 포석”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해명 요구에 입을 다물고 있는 공사 관계자는 “기자들이 ‘뇌피셜(자기 혼자만의 생각을 공식적으로 검증된 사실인 것처럼 주장하는 행위 또는 그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멀쩡한 사옥 두고 이전 추진…임차료만 연 7억

공사가 황당하다는 ‘심증’은 이전에도 있었다. 공사는 7월 성동구 용답동 사옥을 떠나 서초구 방배동 사옥(사당별관)으로 본사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방배동 별관의 규모가 용답동보다 작다는 것. 인원을 수용할 만한 공간이 부족하자 사당별관 인근 건물을 통째로 빌리는 계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임대료만 7억 원. 누적 적자 18조 원인 공사가 사옥을 굳이 좁은 데로 이전하면서 임차료로 연간 7억 원을 쓴다고 지적하자, 공사 관계자는 억울해했다. 18조 원 적자인데 7억 원 아낀다고 도움이 되느냐는 식이다. 갚아야 할 게 있으면 어떻게든 아끼고 줄이려는 일반적 상식과는 동떨어진다. 석연찮고, 그래서 황당하기까지 한 공사의 일처리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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