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배우자 법적 지위…프랑스 사례 봤더니

입력 2024-05-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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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제2부속실 설치 요구
OECD 주요국 동일한 딜레마
佛, 배우자 지위ㆍ역할 규정
‘비선출’에 대한 반발도 거세
입법조사처 “논의 신중해야”

▲에마뉘엘 마크롱(47) 프랑스 대통령과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72) 여사. 25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한 두 사람의 결혼은 프랑스 국내정치는 물론, 외교가에서도 관심을 받았다.   (AP/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47) 프랑스 대통령과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72) 여사. 25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한 두 사람의 결혼은 프랑스 국내정치는 물론, 외교가에서도 관심을 받았다. (AP/뉴시스)

2024년 5월 현재, 대통령 배우자의 법적 역할과 지위는 우리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 가운데 하나다. 4ㆍ10 총선을 앞두고 야권 일각에서는 아예 대통령 배우자의 법적 지위와 책임을 명문화한 ‘대통령 배우자법’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앞서 개혁신당은 △법적 지위를 ‘고위 공직자’로 간주 △형사상 소추 원칙 천명 및 뇌물죄ㆍ청탁금지법 주체 명시 △공적 활동의 기록 및 보존ㆍ공개 의무화 등을 담아 명문화하자고 주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많은 나라가 대통령(또는 국가 원수) 배우자 관련법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다만 대부분이 ‘관례’라는 명분을 앞세워 대통령에 버금가는 예우를 유지 중이다. 어느 나라든 ‘선출되지 않는 대통령 배우자의 역할’에 대해 반대 여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주목할 만한 곳은 프랑스다. 이들은 관련법을 구체화하면서 본격적인 명문화까지 추진했다.

▲2017년 총선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마크롱 대통령과 부인 브리지트 여사.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배우자의 법적 지위와 권리에 대한 투명성을 강조하며 법제화를 추진했다. 정치권의 반대에 밀려 헌장으로 그쳤으나 시도 자체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AP/뉴시스)
▲2017년 총선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마크롱 대통령과 부인 브리지트 여사.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배우자의 법적 지위와 권리에 대한 투명성을 강조하며 법제화를 추진했다. 정치권의 반대에 밀려 헌장으로 그쳤으나 시도 자체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AP/뉴시스)

◇25살 나이 차이 극복한 러브스토리

에마뉘엘 마크롱(47세) 프랑스 대통령과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72세)의 결혼은 프랑스 국내 정치는 물론, 외교가에서도 주목 받았다.

1992년, 15살 마크롱은 40세의 교사 브리지트를 처음 만났다. 당시 결혼 18년 차였던 브리지트는 이미 세 자녀의 어머니이자 유부녀였다.

세월은 흘러 2006년 브리지트는 첫 남편과 이혼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7년, 이제 막 서른 살이 된 마크롱과 재혼했다. 25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사랑의 결실을 맺은 셈이다.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6부작 드라마도 곧 나온다. 벌써 두 주인공의 역할로 배우 라이언 고슬링ㆍ줄리아 로버츠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만큼 브리지트 마크롱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컸다.

이를 인식했던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취임과 함께 ‘대통령 배우자 지위에 관한 투명성 헌장’을 내놨다. 배우자의 역할과 지위를 명문화하자는 취지였다. 그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그러나 “선출되지 않은 자에게 공적 지위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거센 반발에도 직면했다.

▲지난해 7월 리투아니아 나토(NATO) 정상회의 당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지난해 7월 리투아니아 나토(NATO) 정상회의 당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대통령 배우자 역할과 권한 명시한 프랑스

대한민국 국회입법조사처는 ‘프랑스 대통령 배우자의 법적 지위’ 연구보고서를 통해 “대통령 배우자의 역할과 관련된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책임과 윤리를 규정하고, 이해충돌의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 역시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지원이 논란이었다. 이제껏 보좌 인력과 비서실 규모, 지원 예산 등은 정권마다 달랐다. 그녀들을 위한 지출 규모도 명확하게 드러난 게 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크롱은 “대통령 배우자가 법적 지위 없이 정치적 역할을 맡는 것은 ‘프랑스의 위선’이다”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투명성을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섰다.

결국, 프랑스 엘리제궁은 마크롱 대통령 취임 3개월 만에 ‘투명성 헌장’을 발표했다. 배우자의 역할을 △국제회의 동행 △국민과의 소통 △엘리제궁 행사 감독 등으로 규정했다. 여기에 △배우자 비서실 설치 △경호 지원과 규모도 공식화했다. 대신 대통령 배우자 활동에 대한 보수나 사례금 지급은 금지했다.

다만 이런 규정은 법적 구속력을 지닌 법령이 아니다. ‘스스로 이를 지켜나가겠다’라는 의미의 헌장이었다. 법적 효력이 없다는 뜻이다.

정부의 공식 서명을 받은 문서도 아니다. 이를 차기 정권에 적용할 수 있는 구속력도 없다. 그저 프랑스 최초로 대통령 배우자의 역할과 지원 방식을 규정한 문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를 명문화하겠다는 시도는 높이 평가되고 있다.

퍼스트레이디의 역할과 활동이 어느 나라보다 광범위한 미국 역시 유사한 규정은 존재한다. 다만 전통적인 관례에 따라 지원 범위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달리 프랑스는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국회 입법처 “신중한 논의, 사회적 합의 있어야”

우리나라 역시 한때 대통령 배우자의 의전을 돕는 청와대 제2부속실이 존재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청와대를 용산 대통령실이 대체했고, 제2부속실도 폐지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끊임없는 “재설치”요구가 이어졌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와 관련해 “다시 설치해도 대통령 배우자의 지위와 관련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배경으로 “미국과 프랑스에서도 대통령 배우자의 역할을 상세하게 명시한 법률은 없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배우자의 지위를 법규로 규정하면 일부 문제를 해소할 수 있으나, 선출되지 않은 대통령 배우자에게 공직자의 책임과 의무를 부여할 수 없다는 반대 여론에도 직면할 수 있다.

입법조사처는 “대통령 배우자의 관행적 역할을 제도화하기에 앞서 신중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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