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언론학회 '2024 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 소재는 '저출산'과 '인공지능(AI)'이었다.
10일 경북 경주시에 있는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이번 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은 저출산과 AI 세션에 큰 관심을 보였다. 두 세션에는 언론학자뿐만 아니라 기자, PD 등 현장 종사자들이 참석해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유우현 인천대 교수는 'TV 본 김에 연애할지도: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배양 효과' 발제에서 '나는 솔로' 등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시청과 실제 연애ㆍ결혼 기대감의 상관 관계를 분석했다.
유 교수는 "'나는 솔로'를 많이 시청할수록 '사회적 비교'가 증가했다"라며 "늘어난 사회적 비교는 시청자의 결혼 기대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사회적 시청'은 결혼 기대감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했다는 게 유 교수의 설명이다.
유 교수가 말한 '사회적 비교'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출연자와 시청자 그리고 시청자의 연인 및 주변 사람과의 비교 정도를 말한다. '사회적 시청'은 프로그램을 본 뒤에 SNS 등 커뮤니티에 시청 후기를 타인과 공유하는 행위를 뜻한다.
즉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많이 본 사람은 결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그것을 SNS 등 커뮤니티에서 타인과 공유했을 경우엔 그 기대를 배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어진 발표에서 허윤철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사무국장은 '저출산' 문제를 기사화할 때, 언론의 단어 선택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허 국장은 "인구절벽, 인구소멸은 국내 언론이 해외에서 사용한 용어를 가져와 확산한 케이스"라며 "저출산에 대한 언론의 자체적인 고민이 없었던 게 이런 용어 사용에서부터 알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단어 사용은 저출산 문제를 자포자기하는 사회적 심리를 확산한다"라고 덧붙였다.
허 국장은 '인구부족'이라는 단어 사용을 권고했다. 그는 "인구가 부족하다고 하면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은데, 약간 한가한 표현처럼 보이기도 한다"라면서도 "기후위기도 마찬가지다. 작은 변화라도 일으키려면 인구절벽, 인구소멸로 부르는 게 맞는지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AI 시대, 미디어 리터러시' 세션에서는 강진숙 중앙대 교수와 이완수 동서대 교수의 발제가 이어졌다.
강 교수는 AI의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대조하면서 AI 미디어 리터러시 학술담론의 최신 경향을 소개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최근에는 인간과 AI의 협업을 강조하는 추세다. 인간의 고유 능력에 AI 능력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AI가 정확하고 신속하게 일을 달성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면, 인간은 더욱 고차원적 사고에 집중하면서 '인간만의 특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AI의 도구적 활용을 넘어 인간-AI 협력 관계에 초점을 둔 포스트휴먼 리터러시나 소통 및 협력 역량에 대한 이론과 교육 실행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완수 교수는 AI 시대가 열리면서 가짜뉴스 위협이 광범위하게 확산한 지점을 주목했다. 그는 "우리는 진짜 정보보다 AI가 만들어내는 가짜정보가 더 범람하는 무서운 세상에 산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그는 '사람들이 왜 가짜뉴스에 쉽게 속아 넘어가는가?'에 대한 질문에 적절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교수는 "누군가가 가짜뉴스를 아무리 생산해도 사람들이 이를 숙고와 분석의 사고를 거쳐 걸러낼 수만 있다면 상당 부분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