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투자가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1년 전보다 78% 넘게 감소해 2000년 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한국 기업의 대중국 투자 감소 등 탈(脫)중국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외 공급망 안정화 차원에서 제3국 이전 지원제도 정비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최근 발표한 '한국의 대중 투자 둔화 배경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한국의 대중국 신규 투자는 전년대비 78.1% 감소한 18억6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00년대 초반 수준의 대중 투자 규모다.
반도체 분야 투자 급감이 대중 전체 투자 대폭 감소로 이어졌다.
대중국 투자 중 반도체 투자 비중은 2018~2022년 39.8%로 대중국 투자 확대를 주도했지만 지난해에는 0.58%로 확 쪼그라들었다. 작년 반도체 투자가 전년(56억7100만 달러)대비 99.8% 급감한 1100만 달러를 기록해서다.
보고서는 "최근 한국기업의 대중국 투자 둔화는 △반도체 투자효과 소멸 △중국 내 외국인 투자여건 악화에 따른 해외투자 지역 전환 △전반적인 해외투자 감소 등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투자의 경우 미국의 장비 수출 통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첨단 분야의 대중 투자 규제가 한국기업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중국 투자가 일단락됐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장기간 한국 제조기업의 대표적인 해외 가공·생산 기지였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중국 진출 비중이 둔화되고 있다.
한국의 제조업 분야 해외투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2012년 40.9%였으나, 2013~2017년 33.7%, 2018~2023년 26.7%로 줄었다.
2013년 이후에는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가 아세안(섬유, 통신장비, 의류, AV 기기), 미국(전자기기, 배터리, 반도체), 중남미(자동차, 가전) 등으로 점차 다변화되는 추세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앞으로 한국기업의 대중국 투자 감소 및 재중 기업의 탈중국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에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KIEP는 "대중 투자 둔화가 재중 한국기업의 대한국 수입 위축으로 이어지며 한국의 대중국 수출 감소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특히 소재와 부품 기업의 탈중국은 중장기적으로 우리 공급망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첨단 분야 및 공급망 핵심 업종기업의 국내 유턴 또는 제3국 이전이 원활히 이뤄 수 있도록 지원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