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 암흑에너지가 던지는 문명의 미래

입력 2024-04-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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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 암흑에너지분광장비(DESI) 프로젝트는 110억 광년 거리 안에 있는 150만 개 은하를 관측하여 3차원 우주지도를 발표했다. DESI 프로젝트는 팽창하는 우주의 원인을 찾으려는 시도이다. 표준 우주모델은 암흑에너지를 도입하여 우주 팽창을 설명했지만, 팽창 속도가 일정하지 않았다. 이번 3차원 우주지도는 보이지 않는 암흑에너지 위치를 추정하면서, 암흑에너지가 고정되어 있기보다는 우주생성 이후 이동했을 가능성이 95% 정도 된다고 한다.

경험 없이 이성으로 얻어지는 지식은 없어

과학자들은 3차원 우주지도에 알맞은 새로운 우주 모델을 제시할 수 있지만 한정된 자료에 의거한 우주 모델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새로운 모델이 채택되려면 추가 관측 데이터에 의해 검증되고 미래 우주 거동을 예측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과학적 진리는 이론과 관측의 일치에서 나온다.

이론과 관측의 일치라는 방법론은 이제 과학적 방법으로 자리 잡았지만, 일반인의 인식 속에 널리 수용된 것 같지는 않다. 일반인들은 이론과 관측보다는 17세기 합리론과 경험론을 아직도 외치고 있는 듯하다. 경험론은 관찰을 통해서만 지식을 얻는다는 견해고 합리론은 인간이 지닌 이성을 통해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견해다.

경험에 의한 지식의 예로는 ‘백조는 희다’이다. 수많은 백조를 관찰한 후에 백조가 흰색임을 알 수 있다. 이성에 의한 지식의 예는 ‘삼각형 내각의 합이 180도다’, ‘총각은 결혼하지 않는 남자다’, ‘2+3=5’의 수식 등이다. 경험하지 않더라도 삼각형의 합은 180도임을 알고, 총각이라는 어휘 속에는 결혼하지 않는 남자라는 뜻이 들어 있고, 산술 규칙만 알면 덧셈할 수 있으니 경험과 무관하다. 두 유형의 진술들은 경험과 이성으로 구분되는 듯하다. 그런데 고고학과 진화론적으로 진리를 추적하면 경험 없이 이성으로 얻어지는 지식은 없다.

지식도 생명체처럼 진화한다. 동물은 총각의 뜻도 모르고 수학공식을 알지 못한다. 동물이 인간으로 진화되면서 인간은 총각과 수식을 체득했다. 원시인은 딸을 시집보내기 위해 사위를 구했는데 엉큼한 사내들이 너무나 달려들었다. 화가 난 원시인들은 늑대 같은 남자를 색출하기 위해 총각이라는 어휘를 고안하였다. 현대인들이야 이성으로 총각을 안다고 하지만 총각은 원시인 경험의 산물이다.

이집트인들은 매년 범람하는 농경지를 재구획하기 위해 삼각형을 제안하였다. 모래가 덮이고 형태가 변하여도 삼각형으로 재구획된 땅의 면적은 신기하게도 같았다. 사람들은 삼각형을 더 깊게 탐구하였고 삼각형 내각의 합이 180도임을 알았다. 180도는 이성적 탐구의 결과이지만 먼저 경험으로 발명된 삼각형의 산물이다. 인류가 경험으로 하나의 어휘나 하나의 인공물을 제안하면 이에 딸린 지식이 저절로 나타난다.

과학지식은 확장하되 붕괴되지는 않아

진리의 영속성은 분야마다 다르다. 1, 2, 3과 같은 수학적 진리는 역사 이래 변화되지 않았고 뉴턴 역학과 같은 과학적 진리도 거의 변화하지 않는다. 토머스 쿤은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바뀌는 전환에 착안하여 과학이론의 급격한 변동을 주장했지만 과학 지식은 영속성이 높다. 패러다임 전환 혹은 점진적 전환은 오히려 어휘 혹은 사회현상에서 일어난다. 가령 출산율이 떨어지는 현대 사회에서 총각의 의미도 퇴색되기 마련이고 총각 의미의 변경으로 총각을 포함한 진술도 변화된다.

DESI 과제에 따라 암흑에너지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면 암흑에너지가 지구 주변을 스쳐 지나갈 수도 있다. 암흑에너지는 공간을 팽창시키는 효과가 있으므로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의 진리는 문명사적으로 견고하여 암흑에너지가 규명된다고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새로운 발견은 과학지식을 확장하지만, 붕괴시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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