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통한 도시경제 활성화 상징
딜러들 협상 지켜보는 재미는 덤
‘대한민국 미술축제’ 대표 브랜드화
예술산업에서 이제는 놓칠 수 없는 주요 거래의 장이 된 아트페어는 시공간을 초월한 전방위적 예술 창작물을 한 공간에 모이게 하는데, 이 힘으로 전 세계 예술애호가들의 두툼한 지갑을 열게 한다. 다양한 장르에서 국제적 명성의 갤러리들과 함께 유명세가 높은 저명한 작가들, 톡톡 튀는 신진작가들의 기발한 아이디어 작품들이 즐비한 문화예술계의 거대한 네트워킹 장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세기를 아우르는 전 장르의 작품을 근거리에서 자유롭게 관람할 뿐 아니라, 갤러리스트, 큐레이터, 그리고 딜러들의 협상을 가까이서 바라보는 재미난 기회이기도 하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세계적으로 아트페어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기존 아트페어도 혁신을 거듭해야 했다. 그 전에는 다소 아카데믹하고 박물관적이던 아트페어들이 어느덧 신생 갤러리와 청년작가들도 환영하면서 자국뿐 아니라 해외 유수의 갤러리들을 대거 받아들이면서 자국적인 색만 고집하지 않고 자체적인 수준을 국제적인 급으로 새롭게 탈바꿈하였다.
동시대의 최신 미술 트렌드를 발견하고 본인의 개인적 취향을 맘껏 드러낼 수 있는 재미를 주는 올해의 아트페어는 불확실한 경제적 정치적 맥락에서 2023년에 비해 시장이 다소 경직되고 있기도 하지만 역시 기다려지는 미술의 현장이다.
2024년도 미술시장 트렌드를 크게 살펴보면 미술계에서의 디지털화는 미디어아트나, NFT아트가 더 이상 낯설지 않게끔 작년에 이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전 세계 곳곳의 아트페어에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아트페어로는 첫 번째로 영국의 프리즈(Frieze)가 있다. 런던에서 태동해서 로스앤젤레스(LA), 뉴욕에서 서울까지 진행되는 프리즈는 그 중에서도 마스터즈(Frieze Masters)라는 섹션이 관람객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곳은 2000년 이전에 제작된 작품 또는 1950년 이전에 태어난 작가의 2010년 이전 제작 작품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특별 기획 구간인데 예술애호가들이 꼭 들러가는 섹션으로 자리매김에 성공했다. 런던프리즈의 경우 리젠트파크가든(Regent’s Park Gardens)에서 조각전시도 개최하여 드넓은 야외에서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두 번째 국제적 아트페어로는 스위스 바젤에서부터 파리와 마이애미를 거쳐 홍콩까지 영역을 확장한 아트바젤이다. 이 아트페어는 ‘젊은 갤러리’섹션을 통한 신진작가들의 스포트라이트를 집중하며 미래의 예술인재들에게 시장 진입으로의 안정적인 발판을 놓아주고 있다. 특히나 우리에게는 홍콩아트바젤 기간에 국내 셀럽들이 대거 홍콩으로 이동하는 공항 입출국 뉴스를 통해 다소 친숙한 국제적 규모의 아트페어다. 홍콩에서는 바젤의 국제적 명성에 걸맞는 미술계거장들이 움직이기도 하지만,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내로라하는 예술가들을 다양하게 만나는 교류의 장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파리에서 개최되는 아트바젤은 ‘플러스아트바젤(+by Art Basel)’이란 명칭으로 파리 외곽에 위치한 그랑팔레 에페메르(Grand Palais Ephemere)에서 개최되는데 이 지역이 이제는 예술프로젝트 특화 사이트로 자리매김하면서 2022년부터 FIAC의 대항마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세 번째는 골동품 및 디자인 아트페어로 특화된 테파프(TEFAF)이다. 다양한 국적의 아트딜러들이 7000년 이상의 미술사를 소개하는 마스트리흐트부터, 무기고에서 아트페어를 개최하는 뉴욕까지 전 세계 갤러리들이 참석하고 회화와 조각 같은 통상적 예술작품 및 희귀한 골동품 판매 외에도 다양한 미술 주제를 나누는 소통의 장이다.
또한 벨기에 브뤼셀에서 출범하여, 현재는 런던, 뉴욕, 홍콩까지 광범위하게 영역대를 넓히고 있는 어포더블아트페어와 더불어 올해로 26회째를 맞는 프랑스의 아트파리, 스페인 마드리드의 아르코(ARCO Madrid International Contemporary Art Fair), 영국 런던아트페어, 벨기에의 아트브뤼셀, 프랑스의 파리포토 등도 예술 전문가, 수집가 또는 예술애호가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국내도 만만치 않은 아트페어 라인업이 줄 서 있다. 매년 우리나라 아트페어의 시작을 알리는, 최초이자 최장수 아트페어인 화랑미술제, 8월에 개최하던 시기를 4월로 앞당긴 브리즈아트페어, 매번 개최 때마다 작품판매 기록을 갱신하며 고공행진 중인 부산아트페어, 조각과 유리 및 미디어아트 등 설치작품과 비구상작품에 집중한 조형아트페어, 올해 3회째로 젊은 아트페어인 울산국제아트페어와 제주, 서울에서 선보이는 아트페스타 등 모두 국내외 큰손 예술애호가들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올해 가을 ‘2024 대한민국 미술축제’를 개최한다고 4월 22일 발표했다. 서울특별시, 광주광역시가 부산광역시와 손을 잡고 오는 9월 다양한 미술행사를 유기적으로 잇고 통합 홍보해 전국을 다채로운 미술축제로 꾸며 국내 대표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내용이다. 공공과 민간에서 각기 따로 운영하던 미술행사를 통합 홍보하고 전시 관람 할인 혜택뿐 아니라 각종 전시와 행사의 내용 및 일정을 연계해서 우리나라 대표 미술 행사이자 세계적인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취지다.
이 기간동안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프리즈와 키아프가 서울에서 동시에 열리고, 국립현대미술관도 이 기간에 전시를 개최한다. 또한 대형 미술관과 갤러리들도 수준 높은 전시를 통해 도시가 세계적인 미술 애호가들의 눈높이를 충족시켜주는 공간이 될 예정이다. 더불어 한국철도공사에서는 미술 입장권과 연계한 고속철도 관광상품도 판매하고 관광코스로 도보 미술상품을 판매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는등 케이컬처(K-culture)의 대표 브랜드로 육성시킨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트페어를 국가 브랜드 미술행사로 함께 육성해서 관광콘텐츠화하는 이번 문화체육관광부의 방향성은 예술을 통한 도시경제 활성화의 맥락에서도 반가운 대목이다. 국제적인 아트페어 행사기간에 입국하는 큰손 외국인 관광객들의 국내 체류가 경기침체로 힘든 국내 관광산업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백남준포럼 대표
유럽문화예술콘텐츠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