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7, 1분기 순이익 38% 증가 전망”
엔비디아에 과도하게 의존 지적도
“투자자들, ‘AI 워싱’ 가장 주의해야”
미국 증시가 중동 지역의 불안감 고조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 퇴색 등으로 극도의 부진에 빠진 가운데 7개 대형 기술주인 매그니피센트7(M7)이 위기에 놓인 시장을 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번 주 M7에 속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 구글 모회사 알파벳, 테슬라 등이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애플과 아마존은 다음 주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미국 경제지표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인플레이션 완화 속도가 느려지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했다. 이에 올들어 빠르게 과열됐던 증시도 주춤해진 상황이다. 나스닥 상장 대형주를 종합한 나스닥100지수는 4주 연속 떨어져 2022년 12월 이후 가장 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뉴욕증시 벤치마크 S&P500지수는 5000선 아래로 내려앉으며 연초 대비 상승률이 지난달 말보다 절반 넘게 줄어든 4%대로 내려왔다. 이에 M7의 실적이 미국 증시가 부진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희망적인 부분은 M7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점이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에 따르면 M7의 1분기 전체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5%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S&P500지수 종목 전체 평균 순이익 예상 증가율인 2.4%를 크게 웃돈 것이다.
다만 M7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엔비디아의 1분기 순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404.8%에 이른다. 엔비디아를 제외하면 M7의 예상 순이익 증가율은 23%로 뚝 떨어진다. 심지어 애플과 테슬라는 1분기에 역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시장의 분위기를 한껏 띄울 엔비디아의 AI 관련 계획이 당분간 부재인 것도 문제다. 엔비디아는 한 달 남짓 남은 내달 22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증시가 당장 반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모건스탠리웰스매니지먼트의 다니엘 스켈리 자산관리 전략 팀장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AI”라며 “기술주의 성장 모멘텀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리서치 업체 테크널리시스의 밥 오도넬 대표는 “엔비디아는 여전히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며 선두를 지키고 있다”면서도 “큰 수의 법칙은 특정 시점부터 적용되기 시작한다. 첫해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끝나기 시작하면 성장률은 주춤해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성형 AI가 기술기업들의 주가를 밀어 올린 만큼 이제는 성과를 보여 줘야 할 때라는 의견도 있다. MS와 아마존, 구글 등이 AI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차세대 제품은 아직 개발 단계에 있다.
금융컨설팅업체 아메리프라이즈파이낸셜의 앤서니 사글림벤 수석 시장 전략가는 “엔비디아는 실제로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내는 기업이지만 기술 전반, 특히 AI 테마가 있는 경우 투자자들은 기업의 이익에 대해 좀 더 분별력을 갖추게 됐다”며 “투자자들은 기업이 실제로 AI로부터 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 적어도 AI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직한 계획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고 짚었다. 시장조사기관 퓨처럼그룹의 대니얼 뉴먼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은 AI와 무관하지만, AI 기업인 것처럼 홍보하는 ‘AI 워싱’을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M7 외에도 향후 2주 동안 S&P500지수에 상장된 300개 이상의 기업이 실적을 발표한다. 시장조사기관 LSEG에 따르면 현재 S&P500 종목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20년 장기 평균(15.7배)을 웃도는 20배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통상 PER가 높을수록 주식이 고평가된 것으로 본다.
사글림벤 전략가는 “연준의 금리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긍정적인 성장 전망을 내놓지 않는다면 증시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