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에서 여당이 패한 여파로 수세에 놓인 윤석열 대통령이 인적쇄신으로 정국 돌파를 모색하고 있지만 인물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이번주 초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던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비서실장 등의 후임 인선이 기약없이 늦어지고 있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 요직을 차지했던 야권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다 서둘러 진화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17일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박영선 전 장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 인선은 검토된 바 없다"고 입장을 냈다.
문재인 정부 인사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총리에, 문 전 대통령 핵심 측근으로 불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기용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서둘러 선을 그은 것이다.
양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으로 윤 대통령을 추천한 인물로 전해진다. 박 전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있을 때, 검사였던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미국 국빈 방문 당시 하버드대 강연 현장에 박 전 장관이 참석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전남 해남완도진도) 당선자는 이날 오전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박 전 의원과 그제 전화했다. 양 전 원장은 저하고 자주 만난다"며 "이분들이 윤 대통령하고 친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들이 입각하진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과 이어진 참모 회의 때 "국민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 국민을 위해서 못할 게 뭐가 있느냐"고 밝힌 만큼 '협치' 차원에서 야권 인사 기용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도 내부적으로는 '박영선 총리, 양정철 비서실장, 김종민 정무 특임장관 인선안'을 검토한 적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사가 총선 결과에 따른 '국정 쇄신' 차원에서 이뤄지는 만큼 여야 협치 국면 조성을 고려해 총리와 비서실장이 정해질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다양한 후보를 추천 받고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총리는 국회 인준을 받아야 하는 만큼, 윤 대통령이 내세운 '쇄신과 협치'에 어울리는, 야당이 인정할만한 인물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식 일정 없이 후임 인선에 대해 고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총리 및 비서실장 등 후임자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인사가 왜 이뤄지고 이 시점에서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그런 부분을 많이 지적하고, 인사를 준비하는 분도 그 점을 많이 감안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하지만 총리나 비서실장 기용 시 정부·여당 정책 방향과 일치하는 인물을 선정해야 한다는 여권 내 비판도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의 최종 결정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장관과 양 전 원장 기용 보도와 관련해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권성동 의원은 이날 SNS에 글을 올려 "당 정체성을 전면 부정하는 인사는 내정은 물론이고 검토조차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새로운 인적 쇄신을 하는 데 있어 말 그대로 제한 없이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면서도 "보수 국민층이라든지 우리 내부도 고려해, (거론되는 야권 인사를) 동시에 (기용) 하는 게 맞는지 혹은 그중 일부라도 선택하는 게 맞는지 등 인사를 다루는 분들이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