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철도원 삼대' 부커상 최종후보 선정 기자간담회에서 황석영 작가는 "만약 부커상을 받으면 그다음에는 책을 몇 권 더 써서 다음 상을 받아야겠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철도원 삼대'는 구상부터 집필까지 30년이 걸렸다. 철도원 가족을 둘러싼 이야기를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한반도의 역사를 조명한다.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철도원 삼대'(영문판 Mater 2-10, 번역 김소라·배영재)를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숏리스트) 6편 중 하나로 발표했다. 지난 3월에 공개된 1차 후보 13편을 대상으로 한 이번 발표에서 아시아권에서 최종후보에 오른 작품으로는 '철도원 삼대'가 유일하다. 황 작가는 2019년 '해질 무렵'으로 같은 부문 1차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심사위원회는 "이 작품은 현대 산업노동자들의 삶을 반영하는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이며, 황석영이 30년을 바친 최고의 걸작"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황 작가는 "소설의 배경인 영등포는 내가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다. 오랜만에 쓰면서 즐거웠던 소설이다. 근데 평론가들은 내가 괴롭고 힘들게 쓴 작품을 좋아하더라"라며 "78세 때 이 소설을 썼는데, 매주 50매를 마감했다. 그걸 1년 반 동안 했으니 엄청난 분량이다. 그럼에도 신나게 썼다"라고 밝혔다.
집필 이유에 대해 황 작가는 '근대의 극복과 수용'을 꼽았다. 그는 "동아시아는 포스트 모던 사회에 진입해 있는 모양을 갖추고 있지만, 내용으로 볼 땐 아니다"라며 "일본, 중국도 마찬가지고 한국은 분단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작가는 "과거에 나는 분단시대 작가로서 문학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근대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다만 근대로부터 좋은 건 수용하면서 극복하는 게 옳다. 남이 준 것도 있지만, 우리 고유의 것도 있으니까. 나는 (후자를) 재확인하기 위해 문학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철도원 삼대' 번역은 김소라ㆍ배영재 씨가 맡았다. 황 작가는 "번역에 관해선 절대로 참견하지 않는다. 다만 번역가가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내가 주석 달듯이 며칠 동안 작업해서 보내준다. 그 뒤로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올해로 82살이 된 황 작가는 여전히 창작욕이 왕성하다. 이날 그는 기자들에게 앞으로 홍범도, 최시형 등 근대 인물들을 주제로 2~3권의 책을 더 쓰고 싶다고 밝히며 "85세까지만 소설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82살이 뭔가. 뒷간에 잠시 갔다 왔더니 인생이 다 지나가 버렸다. 징역을 갔다 오니 10년을 허송으로 보냈다. 그건 좀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웃었다. 이어 "여기 있는 기자분들이 앞으로 5년은 더 문학 담당을 한다면, 내가 죽는 모습도 지켜봐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커상 최종 수상작은 내달 21일 런던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수상 작가와 번역가에게 모두 5만 파운드(약 8천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