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 호조…드라이빙 시즌까지
"정유사 실적 추정치 큰 상향 예상"
산유국의 감산 예고와 글로벌 경기 회복 조짐에 국제유가가 치솟으며 국내 정유주가 상승세를 탔다. 증권가는 유가가 강세를 보이는 동안 정유주가 누리는 수혜도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2일까지 정유 대장주 S-Oil(에쓰오일)은 12.93% 올랐다. S-Oil은 이달 5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흥구석유와 한국석유는 각각 96.38%, 43.76% 급등했다. GS(6.85%), HD현대(6.84%) 등도 강세였다.
정유주 오름세는 국제유가 고공행진에서 비롯됐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12월 급락한 뒤 연초부터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2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5월물은 85.6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13% 넘게 올랐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 브렌트유 선물 6월물도 90.45달러로 마감하며 연초 이후 상승률은 약 15%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공급 불안 영향을 받은 측면이 크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은 심화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반년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란은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을 폭격한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며 보복을 공언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국면 속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 정유공장을 공격하며 유가 상승 압력을 키우기도 했다.
산유국 연합체 감산 유지 기조도 유가 상승세 지속 전망에 힘을 더했다. 이달 4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는 원유 감산 정책을 변경하지 않고 유지하기로 했다. OPEC+는 2분기까지 하루 220만 배럴 원유 생산을 감축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미주 지역 주요 원유 공급국인 멕시코가 석유 수출을 줄이며 공급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멕시코는 지난달 자국 내 값비싼 연료 수입을 줄이기 위해 석유 수출을 35% 줄였다.
원유 수요가 견조할 것이라는 관측도 유가를 밀어 올리는 요소로 작용 중이다. 미국 경기가 활황을 계속하는 데다 중국 경기 회복을 향한 시장의 관심이 아직 남았기 때문이다. 미국 드라이빙 시즌도 임박해 계절적 수요까지 얹어지면 유가는 상승세를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공급 감소와 수요 증가가 겹치며 국제유가가 2년여 만에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도 고개를 들었다. JP모건체이스는 “올해 8~9월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여름 지정학적 긴장과 OPEC 감산 등을 들며 유가가 배럴당 95달러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노우호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유 공급자 우위 수급이 장기화하며 국내 정유기업들의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상방이 열린 상태”라며 “연중 고점을 갱신하는 국제유가에 따른 재고평가 이익과 견고한 정제마진에 수익성 건전성은 장기화할 조짐으로, 이는 정제설비 비탄력적 공급 나비효과”라고 분석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가 상승과 공식판매가(OSP) 약세, 정제마진 강세 등을 감안할 때 올해 3월 중순 이후부터 정유사 실적 추정치는 가파른 상향 조정이 예상된다”며 “2분기 중 정제마진 개선 여부에 따라 추정치는 추가 상향될 것이며, 정유업 모멘텀은 2분기 가장 강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