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 인수위원회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비대위는 무리한 협상 추진을 자제하고 있지만, 강경파로 꼽히는 임 당선인이 비대위의 기조에 불만을 표출하면서 엇박자를 내는 상황이다.
10일 의협 비대위와 임 당선인 인수위 사이의 마찰이 심화하고 있다. 임 당선인이 언론을 통해 비대위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면서다.
임 당선인은 전날 한 언론을 통해 “(비대위가) 물밑 협잡질을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임 당선인은 “협잡질을 하고도 그 직에 계속 있겠다고 한다면, 정말 철면피”라며 “최소한의 양심이 있으면 내일이라도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의협 비대위는 입장문을 통해 “비상대책위원회는 현재 정부와 어떠한 협상 계획도 없으며, 근거 없는 비방과 거짓 선동에는 강력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 비대위는 “(임 당선인측)인수위와 당선인이 비대위가 마치 정부와 물밑 협상을 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험한 표현까지 하면서 비대위를 언론을 이용해 공격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비대위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비방과 거짓 선동에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 비대위는 임 회장이 언론을 이용해 비대위를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현택 당선인 인수위는 비대위와 별개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임 당선인 역시 개별적인 언론 인터뷰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앞서 8일에는 인수위가 의협 비대위 측에 ‘임 당선인이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고, 이를 언론에 배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의협 비대위는 “회장 당선인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싶었으나 거절당했다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갑자기 언론에 내보내고, 당선인은 비대위의 해산을 요구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라며 “당선인은 비대위의 일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왜 내부 회의나 단체 대화방에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고, 외부 언론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내보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 당선인이 비대위를 해산하거나, 위원장직을 맡게 될 가능성은 작다. 비대위는 의협 대의원회 임시총회를 통해 만들어진 조직이기 때문에 중도 해산 역시 대의원회 총회에 전권이 있다.
한편, 비대위와 임 당선인의 대립 속에 의사 단체의 ‘단일대오’ 구축도 멀어지는 모양새다. 이번주로 예고했던 의사 단체 합동 기자회견은 무기한 연기됐다. 비대위는 지난 7일 회의에서 10일 총선 직후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공통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의협 비대위의 의사 결정과 대외 의견 표명이 본인의 뜻과 달랐다”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임 당선인 역시 “비대위 운영 방향에 동의할 수 없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에 비대위는 각 단체가 입장을 정리한 이후 합동 기자회견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임 당선인은 박 대전협 비대위원장의 행보를 꾸짖기도 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박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비공개 면담을 가진 4일 오후 SNS에 “아무리 가르쳐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라는 글을 게시했다. 또 다음날에는 “내부의 적 몇몇이 외부에 있는 거대한 적보다 나를 더 어렵게 만든다”라고 썼다. 이는 후배 의사인 박 대전협 비대위원장이 의협 및 타 조직과 상의하지 않고 대통령을 독대한 것에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