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고려아연, 75년 동업자 영풍과 공동구매 계약 끊는다

입력 2024-04-0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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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실익보다 리스크 더 커”
영풍 “양사 모두 손해…아쉬운 결정”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제공=고려아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제공=고려아연)

최근 경영권 갈등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과 영풍이 온 ‘원료 공동구매 및 공동영업’을 종료한다.

고려아연은 그동안 영풍과 아연 등 주요 품목에 대해 원료 구매 및 제품 판매 과정에서 공동계약을 체결해 왔으나 계약 만료에 맞춰 이를 종료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고려아연은 향후 원료구매 및 제품판매와 관련해 각 거래처와 개별적인 협상 및 계약을 통해 사업을 영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최근 비철금속 시장이 경기 침체로 인해 원료 수급과 제품 판매에 있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대내외적인 불확실성과 경영환경 악화로 기업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어 실적 개선과 비용 절감을 위해 이번 조치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등 외신과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영풍 석포제련소는 환경 및 안전 관련 리스크로 조업 차질과 생산량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 생산량 감소로 인해 원료 구매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공동구매와 공동영업을 해온 고려아연 측의 부담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고려아연은 구체적으로 △양사 모두에 필요한 원료의 물량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비싼 가격으로 원료를 공동구매해야 하는 데 따른 부대비용 증가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감소에도 수입산은 급증하는 등 국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제품에 따른 차별화된 영업, 판매 전략이 필요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외에도 안정적인 공급과 고품질 제품을 요구하는 고객사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동영업과 판매에 따른 편차로 고객사들의 불만이 지속되는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영풍과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영풍그룹은 고 최기호ㆍ장병희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영풍기업이 모태다. 1970년 영풍 석포제련소, 1974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설립한 아연 제련사업을 주요 기반으로 한다. 최씨 일가는 온산제련소, 장씨 일가는 석포제련소를 각각 맡아 경영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경우 지분 소유는 양측에서 비슷한 규모로 갖고 있으나, 경영은 최씨 일가가 책임지는 구조로 이어져 왔다.

2022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취임 이후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 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두 회사는 최근까지 경영권 갈등을 빚고 있다.

영풍은 협업을 중단하면 볼륨이 작아지면서 기존보다 구매 협상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영풍 관계자는 “기존에도 자체 전담부서와 인력이 있기 때문에 제품 판매와 원료 구매에 별다른 문제는 없다”면서도 “다만 공동 구매 및 영업을 중단하면 영풍뿐만 아니라 고려아연도 협상력과 구매력이 낮아져서 양사 모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데 이런 결정을 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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