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올해 회사채 2조 만기…중견·중소사 물량 상환 우려

입력 2024-04-11 06:00 수정 2024-04-1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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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건설사 연내 만기 회사채 현황. (자료=금융투자협회)
▲주요 건설사 연내 만기 회사채 현황. (자료=금융투자협회)

국내 건설사들이 올해 연말까지 갚아야 할 회사채가 약 2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조 원가량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사가 발행한 채권 잔액이란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건설업종 회사채(사모 포함)는 총 225건으로, 발행 규모는 1조9918억 원이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권 건설사 잔액은 9543억 원이다. 잔액이 가장 많은 곳은 SK에코플랜트로, 3540억 원이 만기된다. SK에코플랜트는 사모채는 다음 달 500억 원, 7월 2000억 원, 8월 680억 원, 9월 360억 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SK에코플랜트의 규모를 고려할 때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전체적인 차입금이 많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DB금융투자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SK에코플랜트는 연결 자회사의 차입금 편입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9월 말 연결 기준 순차입금이 4조5000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보고서는 "영업현금 흐름 대비 차입금 규모가 과중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전사 사업계획에 맞춰 전략적으로 투자한 건으로 차입 규모는 관리 가능한 범위"라며 "환경·에너지 사업 밸류체인 완성을 위한 전략적 투자는 대부분 마무리됐고 재무건전성 개선 및 내적 성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DL이앤씨는 6월, GS건설은 이달 각각 2000억 원 만기가 돌아온다. 현대건설은 6월(800억 원), 롯데건설은 9월(500억 원)과 10월(250억 원), 대우건설은 4월(139억 원)과 7월(200억 원), 현대엔지니어링은 10월(14억 원) 만기를 앞두고 있다.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 호반건설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이 없다.

대형 건설사는 현금 유동성이 뛰어나고 채권 역시 우량 채권으로 분류돼 차환 발행이 어렵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작다. 10대 건설사 중 올해 만기 도래 채권 잔액이 가장 많은 SK에코플랜트는 보유한 현금을 통해 상환하거나 차환 발행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롯데건설은 올해 1분기 2000억 원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3440억 원의 주문을 받았고, 현대건설도 목표액(1600억 원)의 4배가 넘는 6850억 원을 모았다. 포스코이앤씨가 900억 원을 발행하기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는 2750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SK에코플랜트 회사채 수요예측에도 목표 모집금액(1300억 원)의 5배 수준인 7000억 원이 몰렸다.

문제는 중견·중소건설사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건설업 회사채 가운데 1조375억 원이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밖 건설사 몫이다. 현재 건설업종 회사채 잔액의 절반을 넘는 규모다. 중견·중소건설사들은 대형 건설사보다 현금 유동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채권발행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중견사는 2월 700억 원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전량 미매각됐고 이후 개인투자자에게 매각했다.

일부 중견건설사들은 올해만 1000억 원 이상의 회사채 만기가 남아있어 이를 해결하는 것이 올해 경영여건의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견 건설사의 신용등급이나 등급 전망이 하향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채권연구센터장은 "몇몇 사례만 볼 때는 건설업 회사채 발행이 잘되는 것 같지만, 발행 여건이 매우 다르다"며 "일부 건설사는 채권 수요예측이 미매각되기도 하는 등 취약한 곳을 중심으로는 신용위험이 커질 수 있어 유동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도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견 건설사들이 유동성을 확보할 만한 수단이 없는 상황이고 회사채 발행도 쉽지 않다"며 "P-CBO 신용등급을 낮춰 발행이 용이하도록 하는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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