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북부 최악의 식량 위기 직면
국제의료단체 “병원 추가건설 재검토”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인프라는 이미 기능을 잃었고 식량난이 시작된지 오래다. 미국 국무부는 “봉쇄로 인해 식량 조달까지 끊기자 일부 지역은 이미 기근 상태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3일(현지시간) AP통신은 “6개월 가까이 전쟁 중인 가자지구에서 국제구호단체 지원 차량을 이스라엘군이 오폭하는 참사가 발생하자 구호기관들이 활동 중단을 선언 중”이라며 “이에 따라 가자지구의 기근 위기는 더 악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지난달 말 “가자 북부의 경우 치명적인 식량난 탓에 일부에서는 이미 기근이 시작됐고, 심각성은 하루하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식량 위기를 파악하는 국제기구 ‘통합식량안보단계(IPC)’ 역시 3월 둘째 주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로이터와 유사한 분석을 내놨다.
IPC는 “가자지구 전역에 식량난이 심각한 가운데 특히 북부의 사정이 더 어렵다”라며 “이 지역은 오는 5월 이전에 재앙단계의 기근에 접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IPC가 구분한 식량 위기의 심각성은 총 5단계다. 일반적인 현상을 ①정상(None)으로 기준 삼는다. 뒤이어 ②경고(Stressed) ③위기(Crisis) ④비상(Emergency) ⑤재앙ㆍ기근(Catastrophe/Famine) 등으로 심각성이 커진다. 가자지구는 현재 가장 심각한 수준인 기근이 시작된 셈이다.
심각한 기근이 우려되는 가운데에서도 식량 조달은 더 어려워졌다. 국제 구호단체가 이스라엘군의 오폭으로 피해를 보는 참사가 벌어진 탓이다. 구호단체들은 참사 이후 잇따라 활동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나섰다.
오폭 참사에 직접 피해를 본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은 사건 직후 해당 지역 활동을 즉시 중단했다. 나아가 향후 활동 계획에 관한 결정을 곧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 지원도 위축됐다. 가자지구 남쪽 라파에서 병상 140개의 야전 병원 운영 중인 국제의료단(IMC)도 오폭 참사 이후 “병원 추가건립을 재검토한다”라고 밝혔다.
유엔에 따르면, 작년 10월 7일 가자 전쟁 발발 이후 목숨을 잃은 인도적 구호 단체 직원은 180여 명에 달한다. 안전을 우려한 구호단체들이 속속 활동을 중단, 또는 축소함에 따라 가자지구를 덮친 기근 또는 의료재난은 더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은 2일 오폭 참사 이후 보도자료를 내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긴급 원조 식량을 전달하는 유엔 난민구호기구(UNRWA)의 접근을 거부하고 있다”라며 “구호단체 직원과 식량 배분 현장을 공격해 인도주의적 대응을 제한하고 있다”라고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이어 “현재 가자지구는 위생을 기반으로 한 시설이 파괴됐으며, 생후 6개월 된 아동 등 대다수는 영양실조에 설사와 같은 합병증에 시달리고 있다”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