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6개월] 한계 치닫는 이ㆍ팔 경제…이스라엘 ‘9·11식 회복’ 가능할까

이스라엘 경제, 2차 레바논 전쟁 피해 6배
무디스, 사상 첫 이스라엘 신용등급 강등
‘생지옥’된 가자지구…인프라 재앙적 충격
홍해까지 옮겨붙은 불씨…세계 물류 대란
“이스라엘 경제 충격, 美 9·11 때와 유사”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지난달 1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라파에서 식사하고 있다. 라파(팔레스타인)/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양측의 경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전쟁 발발 이후 최악의 침체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급감했다. 애널리스트 평균 전망치 10.5% 감소보다 훨씬 더 나쁜 결과다. 민간 지출이 36% 급감했고, 수출은 18.3% 줄었다. 고정자산, 특히 주거용 건물에 대한 투자는 67.8%나 쪼그라들었다.

기업계는 징집과 팔레스타인 근로자 감소로 인한 일손 부족에 시달렸다. 특히 이스라엘 GDP 18%를 차지하는 기술 분야도 예비군 동원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스라엘의 한 고위 관리는 “가자지구 전쟁으로 인한 이스라엘의 피해가 2006년 2차 레바논 전쟁 당시 기록된 피해보다 6배 더 크다”고 추정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월 이스라엘의 신용등급을 ‘A1’에서 ‘A2’로 강등했다. 무디스가 이스라엘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마스와의 충돌이 장기적으로 상당한 정치적·경제적 부담을 불러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전쟁 비용으로 인해 재정 적자가 급증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스라엘 재정적자는 2022년 대비 약 3배 규모로 불어났다.

전쟁이 가자지구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은 훨씬 더 파괴적이었다. 세계은행(WB)은 가자지구 경제가 작년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80% 넘게 위축됐으며, 현지 인프라에 재앙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110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재앙적인 굶주림에 직면했다. 피란민이 몰린 라파 지역에서는 화장실 1개당 850명, 샤워시설 1곳당 3400명이 써야 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 WB는 “가자 지역의 거의 모든 경제 활동이 중단됐다”며 “거의 모든 주민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빈곤 속에 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의 불씨는 홍해까지 옮겨붙어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은 작년 11월부터 글로벌 교역의 핵심 통로인 홍해를 사실상 막아 세우면서 하마스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이들의 위협으로 전 세계 해운사들은 아프리카 희망봉 루트로 우회해야 했고, 이는 세계 물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운송 지연에 따른 물류 대란과 운임비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박을 키우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전쟁 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9·11 사태와 이라크 전쟁의 소용돌이를 겪었던 미국의 회복력을 염두에 뒀다. 전략 컨설팅회사 키엘레멘츠그룹의 데이비드 자이킨 최고경영자(CEO)는 “이스라엘 경제는 테러 공격 이후 미국의 9·11 테러와 유사한 초기 충격에 직면했지만, 역사적 증거를 비롯한 모든 징후는 빠른 회복을 가리키고 있다”며 “이스라엘 경제에 대한 영향은 미국의 경우와 유사하게 장기적인 위기라기보다는 투자자들의 충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