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재보다 단열 성능 약 30배 뛰어나…수분·산성에도 강한 내성
품질 검증 까다로운 싱가포르서 독일 제품 대신 적용되기도
"폐유리를 재활용해 탄소 중립 시대에 요구되는 친환경성을 갖췄고 불에 타지 않아 화재 위험에서도 안전합니다. 발포 유리 제품을 많이 사용하면 더 안전한 건축물을 지으면서 환경보호에도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박순돈 부림산기 대표이사는 '피엔폼'(PiN FOAM)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피엔폼은 부림산기에서 개발해 판매 중인 무기물 발포 내외장재다. 피엔폼은 피플 인 네이처(People in Nature)의 줄임말인데 '자연 속에 어울려 사는 사람들'이란 뜻을 담고 있다.
피엔폼은 화재에 대한 우려와 환경 보호에 관한 문제의식이 결합돼 나온 결과물이다.
박 대표는 "가연성 건축자재로 인한 화재사고 소식을 잇달아 접하면서 불연 건축 자재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이런 상황에서 우연한 계기로 관심을 두게 된 발포 유리로 자재를 만들면 국내의 심각한 폐유리 처리 문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후 일반적인 발포 유리 생산 공정을 최대한 간단히 하고 폐유리 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기술을 연구했고 지금의 피엔폼을 만들었다.
피엔폼은 1㎡ 제품을 만들 때 맥주병 21개를 재활용한다. 30평짜리 2층 전원주택 외벽을 시공한다고 가정하면 맥주병 5250개를 되살리는 셈이다. 이를 통해 2.2톤의 탄소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피엔폼 1000㎡를 생산하면 매립지를 10㎥ 덜 만들어도 된다.
피엔폼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스크랩은 건축물의 지반 단열용 경량 골재나 유공관, 배수로, 옹벽 뒤, 터널 주위 등의 채움재로 사용할 수 있다. 골재로 이용하면 주택 바닥의 단열을 보완할 뿐 아니라 기존 유기 단열재를 썼을 때 생기는 꺼짐 현상을 방지할 수 있고 설치류가 갉아먹지 못해 더 안전하게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하다. 채움재로 쓰면 물 빠짐을 원활하게 하면서도 하중이나 응력을 줄이기 때문에 밀림, 붕괴 등의 사고 예방에 효과적이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발포 유리를 처음부터 골재 형태로 만들어 많이 활용한다.
또 철거 후 나온 피엔폼은 파쇄해 경량 골재로 사용할 수 있으며 파쇄 시 발생한 가루는 모래나 흙과 동일한 성분이라 다시 안전하게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
피엔폼은 미세한 독립 기공들이 열전달을 차단해 석재보다 단열 성능이 약 30배 좋다. 그만큼 냉난방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또 한 번 탄소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주재료가 유리다 보니 수분을 흡수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산성, 유기용제에도 내성이 강하다. 당연히 불에 타지 않고 연기나 유독가스를 발생시키지도 않는다.
무게가 석재의 9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가볍고 시중에서 구매 가능한 톱으로 누구나 쉽게 가공해 셀프인테리어가 가능할 정도로 시공성도 뛰어나다.
피엔폼은 친환경성과 우수한 성능을 공인받고 있다. 피엔폼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등으로부터 신제품(NEP) 인증, 우수재활용제품(GR) 인증, 녹색기술인증, 혁신제품지정 인증서 등을 받았고 제조 방법에 관한 특허도 획득했다.
독일 제품을 대신해 싱가포르 철도·지하철 복합 환승역 방음용 외벽 중간재로 납품되기도 했다.
박 대표는 "당시 사용 예정이던 독일 제품이 흡수성이 너무 높고 외부에 사용하기 부적절한 품질 하자가 있는 것으로 판단돼 시공사 쪽에서 연락을 받고 제품을 공급했다"며 "설계에 적용됐던 제품이 아니라 가뜩이나 품질 검증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싱가포르에서 한층 엄격한 심사를 거쳤고 모두 통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외부의 비바람을 견디기 위한 낮은 흡수성과 경량성, 내마모성이 중요한 성능으로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아산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 울산 중앙고등학교에 적용됐고 강원도와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전원주택, 펜션, 카페, 식당, 종교시설 등의 공사에 사용됐다. 피엔폼은 해외에서 발포 유리 제품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건축가들을 중심으로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생소한 제품이다 보니 확산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박 대표는 "발포 유리 소재가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활발히 사용되지만, 국내에서는 부림산기가 대규격으로 상품화한 유일한 업체"라며 "그렇다 보니 제품을 널리 알리기가 쉽지 않고 특히 NEP인증과 혁신제품인증을 취득해 수의계약이 가능한 인증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경쟁 제품이 없어서 공공기관 쪽으로는 판매가 사실상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또 "경쟁제품이 없는 독보적인 중소기업 기술인증제품에 대한 제도적인 판로 개선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안전과 편리성, 성능이 검증된 소재인 만큼 관련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늘고 시장도 커져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건축물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