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투표제는 국내에서 26년가량 시행 중이지만, 찬반 논란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옵트 아웃(Opt-Out)’ 방식으로 도입된 집중투표제 특성상 기업들이 정관에서 집중투표제를 얼마든지 배제할 수 있어서다.
대다수 기업이 집중투표제를 배제하자 2018년에는 정부 차원에서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담긴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다만 재계 반대가 거세 관련 개정안은 무산됐다. 현재는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핵심지표’를 통해 도입을 권장하는 정도에 그쳤다.
집중투표제를 찬성하는 측은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말한다. 단순 투표 방식으로는 대주주 의사에 따라 모든 이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크지만, 집중투표제를 통해 소수주주가 의결권을 모아 ‘몰표’를 던진다면 다양한 의견이 반영된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집중투표제가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할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만은 2011년부터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집중투표제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많다. 소수주주를 보호한다는 집중투표제의 취지는 긍정적일 수 있어도 악용되면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할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주성훈 법무법인 시헌 대표 변호사는 “집중투표제는 소수 주주의 부당한 이익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순수한 목적에서 시작됐지만, 실무에서 쓰일 때는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며 “사모펀드의 경우에는 주식을 발행한 회사보다 사모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를 우선하다 보니 이들이 뽑은 이사가 회사 성장에 우호적이기보다 기업 흔들기에 활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인 상장사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한 명 이상 분리선출 하게 돼 있는데 여기에 집중투표제까지 해서 원하는 이사를 집어넣으면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별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방식이 제각각인 점도 찬반 논쟁을 키웠다. 미국은 주법에 따라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가 다르다. 호주나 프랑스처럼 집중투표제를 미도입 중인 국가도 많다.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국가는 대만이 유일하다.
다만 지배주주가 명확한 국내 기업구조 특성을 고려하면 해외 사정과 달리 집중투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미국의 큰 기업들은 대주주보다 뮤추얼 펀드가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집중투표제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소위 ‘총수’라 불리는 지배주주가 뚜렷해 권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 미국처럼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경우에는 집중투표제보다 과반수결의제가 효과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