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는 당초 별도의 행사 없는 조용한 출국을 고려했지만, 마지막 길을 배웅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자 작은 작별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3일 오전 10시 40분부터 11시까지 20분간 푸바오와 관람객들이 서로 마지막 인사를 할 시간이 마련될 예정인데요. 푸바오가 탑승한 차량은 길가에 서 있는 방문객 사이로 판다월드부터 장미원까지 천천히 이동하게 되죠.
푸바오의 안전을 고려해 팬들이 직접 푸바오를 볼 수는 없지만, 대신 ‘송바오’, ‘강바오’로 알려진 송영관 사육사, 강철원 사육사가 장미원에서 인사말을 전할 계획입니다. 그간 푸바오를 애지중지 보살펴 온 사육사들이 전할 마지막 인사에 팬들은 “벌써 눈물 날 것 같다”며 눈물을 훔칠 휴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에버랜드에 따르면 푸바오는 3일 중국 쓰촨성에 위치한 자이언트판다보전연구센터 워룽선수핑 기지로 이동합니다.
푸바오의 이동은 중국 외에서 태어난 판다는 만 4세 이전 중국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자이언트 판다 보호연구 협약’에 따른 조치입니다. 푸바오는 용인 에버랜드에서 태어났고, 만 4세가 되기 전 쓰촨성 자이언트판다 기지에서 ‘판생 2막’을 시작하게 되죠.
먼저 푸바오는 에버랜드 판다월드부터 인천국제공항까지 차를 타고 이동하게 됩니다. 이 차량은 반도체 수송에 이용되는 무진동 항온항습 차량입니다.
이후 푸바오는 공항에서 중국에서 보내온 전세화물기로 옮겨 타는데요. 이 비행기도 판다 이송에 특화된 장치와 설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푸바오가 시간을 보낼 케이지도 외부 충격에 안전한 것은 물론 밖이 보이는 투명한 판으로 특수 제작된 케이지입니다. 푸바오는 지난달 4일부터 내실 생활을 하며 특별 건강 관리를 받고, 이송 케이지 사전 적응 훈련을 포함한 검역 준비를 해왔죠. 푸바오가 케이지에서 적응 훈련을 하는 모습도 공개됐습니다. 영상 속 푸바오는 경계심을 보이다가도 강철원 사육사가 “괜찮다”고 안심시키자, 천천히 케이지 안으로 들어와 내부를 살피더니 이내 안정을 되찾고 당근을 먹는 대견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전세기는 중국 청두의 솽류공항까지 3시간 30분간 비행합니다. 진동이 찾아오는 이착륙 때에는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보조장치가 동원됩니다. 에버랜드에서부터 동행한 강철원 사육사와 중국인 수의사 1명도 동승해 20~30분마다 화물칸을 오가며 푸바오의 안전을 살피게 되는데요. 중국 수의사는 지난해에만 10차례 이상 판다 이동에 동행한 전문가로 알려졌습니다. 푸바오의 기내식으로는 하루치 분량의 대나무와 사과, 당근 등 간식을 반입할 수 있도록 검역당국의 협조를 구해 놓은 상태죠.
비행기가 중국 땅에 착륙하는 순간부터 푸바오의 보호는 온전한 중국의 책임이 됩니다. 중국에 도착한 푸바오는 2시간가량 전용트럭을 타고 선수핑 기지에 도착, 별도의 전용시설에 격리돼 검역 과정을 거칠 전망입니다. 선수핑 기지는 현재 판다 90마리를 보유한 최대 규모 기지인데요. 푸바오가 아이바오의 배 속에 있을 때부터 함께한 강철원 사육사가 며칠간 머물며 푸바오가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예정입니다.
푸바오가 정착할 보금자리는 아직 결론 나지 않았습니다.
1일(현지시간) 중국 외문국(外文局)의 월간지 ‘중국’은 중국 자이언트 판다 보호 연구센터(판다 연구·보호센터)의 쩡원(曾文) 사육사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는데요. 판다 파라다이스(Panda Paradise)로도 알려진 연구·보호센터는 멸종위기 동물인 판다의 번식과 보호를 목적으로 설립된 중국 국가임업초원국 산하 기관으로, 선수핑 기지와 허타오핑 기지, 두장옌 기지, 야안 기지 등 총 4곳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쩡원 사육사는 먼저 푸바오가 향하게 될 새로운 보금자리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았습니다. 중국에 도착한 푸바오가 도착 이후 바로 선수핑 기지로 이동해 격리·검역 구역에 입주하는 것은 맞지만, 격리가 해제된 이후 향하게 될 최종 거주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쩡원 사육사는 “푸바오는 새 보금자리가 어디로 정해지든 최상의 보살핌을 받을 것”이라며 “선수핑 기지 방사장의 경우 에버랜드와 비슷하게 실내 거처와 실외 운동장으로 나뉘며 양쪽을 드나들 수 있는 문이 있다. 다른 점이라면 이곳의 자이언트 판다는 약속된 ‘출퇴근 시간’이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죠. 실내외를 연결하는 여닫이문이 기본적으로 열려 있어 판다가 자신의 기분이나 상태에 따라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사육사는 먹이 공급과 청소, 훈련 등 필수적인 일 외에는 판다의 일상 활동에 관여하지 않아 판다가 자연과 가까운 환경에서 ‘반(半)야생’ 생활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푸바오가 곧바로 대중에 공개되는지는 단언할 수 없습니다. 쩡원 사육사는 “자이언트 판다의 적응 상황에 따라 공개 시기가 결정된다”면서 “판다마다 적응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공개 시점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죠. 과거 중국에 귀환한 판다의 사례를 보면 대중에 공개되기까지 짧게는 1~2개월, 길게는 7~8개월이 걸린다고 합니다.
가장 큰 관심사인 ‘푸바오의 신랑’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푸바오는 만 4세가 안 된 준성체 판다입니다. 엄마와 떨어져 독립된 생활을 할 수는 있지만, 성성숙(性成熟)이 덜 됐기 때문에 당장은 짝짓기 계획이 없다는 거죠.
푸바오의 구체적인 향후 일정은 푸바오가 기지 생활에 완벽히 적응한 뒤 다시 논의될 예정입니다.
푸바오의 이동 과정뿐 아니라 기내식, 정착지까지 세세하게 전해지는 건 그만큼 팬들의 관심이 높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푸바오는 한국 최초로 자연 번식을 통해 태어난 판다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에버랜드가 푸바오의 성장 과정을 ‘자컨’(자체 제작 콘텐츠)로 담아내면서 눈길을 사로잡았죠.
이 과정에서 빛난 건 푸바오와 사육사들의 남다른 관계성, 일명 ‘케미’(케미스트리)였습니다. 사육사들의 정성스러운 보살핌, 가족 사이 볼 법한 애정 섞인 장난, 푸바오의 말괄량이 같은 성격이 더해지면서 푸바오는 ‘푸공주’, ‘푸쪽이’(푸바오+금쪽이), ‘푸질머리’(푸바오+성질머리) 등 애정 섞인 별명을 얻으며 사랑받았습니다.
푸바오가 강철원 사육사의 팔짱을 끼고 데이트하는 쇼츠 영상은 조회수 2400만 회를 넘어섰고, 아이돌 가수들의 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이른바 ‘홈마’까지 따라붙는 등 동물로서는 이례적인 ‘팬덤’ 현상을 낳기도 했죠.
전문가들도 푸바오의 인기를 분석했습니다. 푸바오의 인기 요인으로는 따뜻한 ‘가족애’, 그리고 귀엽고 순진무구한 ‘외모’가 꼽혔는데요.
연합뉴스에 따르면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렸을 때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돌봐주셨던 추억이 푸바오를 통해 환기되는 듯하다”며 “푸바오가 사육사들과 교감하며 사랑을 받는 모습에서 자신과 동일시하는 효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은희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조금도 손해 보지 않으려는 이기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심리적으로 상처받은 이들이 푸바오의 ‘무해함’에 위안받고 있다”며 “귀엽고 순진하게 생긴 푸바오의 모습이 이들에게 ‘셀링 포인트’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1인 가구가 늘어나며 외로움과 고독감을 달래기 위한 감정 이입을 많이 찾고 있다”며 “푸바오가 태어나 걸음마 등 많은 것에 도전하는 과정까지 일생 전체를 함께했다는 생각에 푸바오가 떠나는 것에 더욱 마음 아파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귀여운 외모는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푸바오가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로 언급되는 현상도 ‘베이비 스키마’인데요. 베이비 스키마는 인간의 아기가 가진 전형적 신체적 특징들이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는 이론입니다. 푸바오의 동그란 얼굴, 똘망똘망한 눈, 짧고 통통한 팔다리, 뒤뚱뒤뚱 걷는 모습 등은 사람 아기의 전형적인 신체적 특징인데요. 이 같은 모습으로 심리 치료 효과를 유도했다는 분석이 나온 겁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는 말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죠.
푸바오는 많은 팬들에게 단순한 판다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에겐 지루한 일상에 웃음을 주는 에너지가, 또 누군가에겐 아픔을 털고 일어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준 소중한 판다인데요. 푸바오가 떠난 후 빈자리는 마냥 쉽게 채워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