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태영건설 자체적으로는 재무구조가 나쁜 편이 아니다. 연결기준으로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2307억 원이고 각종 금융자산도 4086억 원이나 된다. 투자부동산도 1조4453억 원이나 갖고 있어서 갚아야 하는 차입금과 사채 2조8516억 원이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다. 그러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관련 자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추정액 6021억 원과 PF 지급보증 관련 손실추정액 6352억 원이 모두 2023년의 손실과 부채로 잡히면서 1조5000억 원이 넘는 순손실이 발생했고 결국 자본잠식에 빠졌다. 자체 숫자는 나쁘지 않지만, PF가 발목을 잡고 말았다.
사업보고서를 보면 2023년 말 현재 총 PF대출 잔액은 4조4533억 원이고 채무보증 건수는 106건이라 2024년에 추가 손실이나 부채가 더 나올 수도 있다. 이는 다른 건설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서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다.
LG디스플레이는 연결기준으로 2023년에 매출액이 21조 원에 그쳤고 영업적자는 2조5000억 원이나 됐다. 2022년 대비 매출액은 18% 넘게 감소했고 영업적자도 20%나 늘었다. 부족한 자금을 채권발행을 통해 조달했는데 조달금리가 7.2%대여서 이자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2023년에 1조7000억 원대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창출했지만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비가 4조 원이 넘기 때문에 현금이 턱없이 부족했다. 2023년 말 현재 보유한 예금이 3조2000억 원 정도인데 갚아야 하는 대출 잔액이 16조 원이 넘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좋지 않다.
결국, LG디스플레이는 3월에 1조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 정관에 의해 발행 가능한 주식의 총수가 5억 주인데 이번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느라 이마저 다 채운 상황이다. 즉 5억 주 모두 발행되어 상장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유상증자를 더 하려면 정관을 변경해야 한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반도체 수요 증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최근에 많이 올랐지만 사실 이들 기업 역시 곳간이 많이 비었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많은 금융자산을 갖고 있었던 삼성전자는 2023년에 종속기업인 삼성디스플레이에 약 22조 원을 빌릴 정도였다.
삼성전자의 2023년도 별도 현금흐름표를 보면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현금흐름이 34조 원이나 되지만 유·무형자산에 투자한 금액이 47조 원이 넘고 주주들한테 약속한 정규배당금 9조8000억 원을 지급하느라 23조 원의 돈이 모자랄 정도였다. 결국, 보유한 예·적금도 깨고 대출도 받아서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 2020년만 해도 삼성전자가 단기금융상품을 29조 원이나 갖고 있었는데 2021년에는 15조 원, 2022년에는 불과 1억3000만 원만 남을 정도로 돈이 급속히 말라갔다. 이 3년 동안 133조 원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창출했지만 유·무형자산에 110조 원이 투자되었고 주주들에게 약 40조 원의 배당금을 풀었기 때문에 보유한 금융상품이 급속히 줄은 것이다. 2023년의 현금흐름도 좋은 편은 아니었으니 보유한 금융상품이 말라서 삼성전자는 결국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SK하이닉스는 2023년에 적자를 내고 말았지만, 별도기준으로 3조 원이 넘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창출했다. 그러나 유·무형자산에 7조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고 8000억 원 이상의 배당금을 지급하면서 역시 자금 부족을 겪었다. 최근 3년 누적 기준으로 34조 원의 돈을 벌었지만 유·무형자산에 34조 원의 투자가 들어가고 3조 원이 넘는 배당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역시 보유한 순현금이 많이 감소했다. 2023년 말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 예금 등이 3조5000억 원이지만 갚아야 하는 차입금이 25조 원이 넘는다.
이들 기업은 번 돈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자할 정도로 미래에 대한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반도체 모두 글로벌 업황이나 경제 상황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실적 개선 여부는 계속 모니터링해봐야 한다. 올해도 예년 수준의 실적을 낸다면 재무구조는 더 악화할 것이다. 다행히 2023년을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낸다면 정말 대기업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