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에 대해 자율배상에 나서기로 하면서 징계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일부 은행은 배상금을 지급하는 등 자율배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불완전판매 행위에 대한 은행 제재 절차에 돌입하는데 여기서 과징금 규모와 최고경영자(CO) 책임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7개 판매사가 H지수 ELS 자율 배상을 하기로 결정했다. 전날 하나은행은 일부 투자자들과의 합의를 거쳐 은행권 처음으로 배상금을 지급했다.
은행들이 자율배상을 빠르게 결정한 이유는 금융당국의 징계를 의식 한 조치다. 금감원은 다음주 중 홍콩 ELS 판매 은행들에게 검사의견서를 발송한다. 검사의견서는 금감원이 현장 검사에서 적발한 위법 사항을 명시한 서류로 공식 제재 절차의 첫 단계다.
검사의견서를 받은 은행은 내부 검토를 거쳐 소명 의견서를 보내고, 금감원은 이를 토대로 사전 조치안을 만든다. 이를 근거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 제재를 확정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손실 고객에 대한 배상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검사 지적 사항에 대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기업시민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향후 있을 징계 수위에 대한 기대감도 비쳤다.
이 관계자는 "당국의 제재심 전 자율배상을 결정하면서 추후 있을 행정제재 수위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달 제재를 확정하고 5월에 제도개선을 본격화할 예정인데 과징금 규모와 CEO 제재 수위가 결정된다. 과징금 규모는 위법행위를 통해 판매된 물량 비율에 따라 은행 별로 차이가 클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전체 규모는 예상할 수 있다. 2021년부터 판매한 홍콩 ELS는 금융소비자보호 시행 이후 판매액 17조1000억 원이 과징금 대상이 된다. 이론적으로는 50%인 8조5500억 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설명의무 위반 사례 등 위법 행위가 10%만 넘어도 과징금은 1조7000억 원이 부과될 수 있다.
CEO 제재도 눈여겨 볼 사항이다.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미흡 책임을 물어 CEO 및 임원 제재 검토할 지 여부인데, 당국은 내부 통제 미흡 책임을 물어 CEO를 포함해 임원 제재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검사 결과 은행들은 직원 성과평가지표(KPI)에 ELS 관련 배점을 높여 불완전 판매를 조장하고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한 문제가 다수 발견했다. 금융사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융사는 내부 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이를 어기면 과태료 같은 기관 제재는 물론 임직원 제재도 가능하다.
은행권에서는 CEO 제재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자율배상으로 징계 수위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자율배상 유무가 징계나 과징금 수위를 낮출 수 있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이 원장은 “자율배상을 하면 제재 감경 요소로 고려하겠다”며 제재 수위를 정할 때 배상 등 금융사의 사후 수습 노력을 참작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