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규정 개정 사항 발표 후 다음 달부터 시행 예정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 경·공매 표준규정 개정안이 내일(29일) 나온다.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급격히 악화하자, 중앙회가 일부 저축은행의 ‘버티기’를 막고 부실채권을 빠르게 털어내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모양새다.
28일 금융당국 및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중앙회는 저축은행 업계의 부실채권 매각을 주기적으로 지도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표준 규정 개정을 완료, 29일 발표하기로 했다. 다음 주부터는 개별 저축은행들이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표준규정 개정의 핵심은 연체채권에 대한 경·공매 주기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79개 저축은행 전체에 적용되는 업무 가이드라인인 표준규정에는 ‘6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에 대해 경·공매 절차를 조속히 시행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주기’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았다. 중앙회는 주기와 관련 규정 내용을 구체화한 이번 표준 규정 개정을 통해 경·공매 활성화를 유도할 예정이다.
중앙회 측에서는 3개월을 적정 주기로 보고 있다. 중앙회 고위 관계자 “개별 저축은행이 주기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인 경우는 예외로 하겠지만, 가능한 범위 내에서 분기마다 한 번씩은 (경·공매를) 진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각가격의 경우,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규정에 구체적인 매각가격 관련 수치, 퍼센트 수준을 명시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하거나 배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공매를 주기적으로 하다 보면 단계적으로 금액이 낮아질 것이고, 공매 가격 인하 수준은 사업장의 상황 등을 고려해 개별 저축은행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경·공매를 통한 적극적인 연체채권 정리 노력’을 주문한 데 따른 조치다. 앞서 이달 21일 박상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저축은행 영업실적 관련 브리핑에서 “저축은행 업계에서 생각하는 가격과 시장의 가격 간 격차가 있다”며 “매각 통로 활성화, 경매 절차 개선을 통해 경·공매를 유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급격히 악화한 건전성 지표도 중앙회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말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6.94%로, 전년 말(2.05%)보다 3배 이상 상승했다. 중앙회에서 더는 ‘적정가격’을 기다리기 위해 공매가를 시세보다 높게 제시하고 버티는 식의 업계 관행을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한 배경이다.
표준규정 개정안이 발표되면 다음 달 초부터 79개 저축은행에 공통적으로 규정이 적용될 예정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저축은행중앙회도) 연체율을 낮추고 수익을 내기 위해서 규정화를 통해 (부실채권 매각)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저축은행업계가 먼저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면 당국도 정책자금 투입 등 지원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