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은 신규 채널 개설 추진
헝가리 부다페스트도 사무소 개소
김주현 금융위원장 첫 동유럽행
"방산·원전 등 프로젝트 금융지원"
조용병도 금융협력 강화 MOU
동남아에 해외 전진 기지를 세웠던 은행권이 동유럽을 새로운 요충지로 뚫고 있다. 최근 K-방산 효과로 관련 산업 수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등 동유럽 지역과의 경제교류가 크게 확대 된 데다 국내 대기업들의 생산 기지가 대거 밀집해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 폴란드 페카오은행과 코리아데스크 설치 계약을 체결했다. 페카오은행은 폴란드 현지 2위(자산기준) 은행이다. 2022년 10월 국민은행 런던지점이 페카오은행과 업무협약(MOU)을 맺으면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한 바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코리아데스크 설치로 동유럽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며 “양사의 확고한 협력 의지를 바탕으로 폴란드 진출 한국계 기업 및 협력사에 대해 현지 통화 대출 등 경쟁력 있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폴란드에 신규 채널 개설을 추진 중이며 IBK기업은행은 연내 폴란드 사무소를 법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폴란드 브로츠와프와 카토비체에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폴란드와 함께 국내 300여 개 기업이 진출해 있는 헝가리의 경우 하나은행이 이달 21일(현지시각) 수도인 부다페스트에 사무소를 열었다. 부다페스트 사무소는 하나은행 본사 소속으로 동유럽 시장 네트워크 확장을 통해 현지 진출 국내 기업의 금융 수요에 맞춘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헝가리에는 이미 신한은행이 시중은행 최초로 2021년 10월 진출한 상태다. 같은 해 12월에는 우리은행이 사무소를 열었다.
동유럽 중에서도 폴란드와 헝가리에 국내 은행들이 특히 진출을 서두르는 것은 국내 대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데다 글로벌 이차전지 생산기지로 꼽혀서다. 폴란다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비롯해 포스코홀딩스, LS전선 등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우리나라와 폴란드 정상회담 이후 방산·원전·인프라 수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협력 등 금융지원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국가다. 헝가리는 세계 4위의 배터리 생산기지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헝가리를 중심으로 이차전지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국내 은행의 동유럽 진출을 위해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이례적으로 직접 동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김 위원장은 24일 3박4일의 일정으로 5대 시중은행 및 기업은행 관계자와 함께 폴란드를 방문했다. 역대 금융위원장 중 폴란드를 찾은 것은 김 위원장이 처음이다. 전일 폴란드 금융감독청장과 첫 고위급 회담을 한 김 위원장은 “방산·원전·인프라 등 향후 확대될 협력 프로젝트에 대해 확고한 금융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은행들의 원활한 현지 진출을 위해 인허가 신청에 대해 폴란드 금융당국에 적극적인 협조도 요청했다.
폴란드 방문에 동행한 조용병 은행연합회장도 전일 타데우즈 비알렉 폴란드은행협회장과 금융협력 강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양국 은행산업의 발전 도모를 목적으로 체결된 이번 MOU의 주요 내용은 금융산업 전반에 걸친 △세미나 개최 △금융규제 관련 정보 교환 등 업무협력 추진 △교육·연수 관련 업무제휴 등이다.
조 회장은 “한·폴란드 간 금융협력을 강화하고 향후 폴란드 진출 국내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및 진출 희망기업 활로 모색 등 양국 간 금융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은행권이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