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종료된 상태에서 그 대화의 녹음물을 듣는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청취’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 씨는 2020년 2월 배우자 B 씨의 동의를 얻어 아파트 거실에 녹음기능이 있는 홈캠을 설치했다.
같은 해 5월 B 씨와 그의 부모, 동생이 거실에서 나눈 대화가 녹음됐고, A 씨는 메신저로 해당 녹음 파일을 B 씨의 다른 동생에게 전송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재판에서는 홈캠에 담긴 대화의 녹음물까지 ‘청취’의 대상에 포함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A 씨가 B 씨의 동의를 받아 홈캠을 설치했고, 설치 이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추가로 작위로서의 녹음행위를 했다거나 그러한 행위를 하려는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녹음의 대상이 되는 대화 주체나 상황도 전혀 특정돼 있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타인 간 대화 청취 행위는 대화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동시에 이를 청취할 것을 그 요건으로 하는데, 과거에 완료된 대화 내용의 녹음물을 듣는 행위는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종료된 대화의 녹음물을 재생해 듣는 것은 대화 자체의 청취라고 보기 어렵다”며 “‘대화’와 구별되는 ‘대화의 녹음물’까지 청취 대상에 포함시키는 해석은 신중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위법한 녹음 주체가 녹음물을 청취하는 경우에만 그 위법한 녹음을 금지 및 처벌 대상으로 삼으면 충분하다. 적법한 녹음 주체 또는 제3자가 청취하는 경우까지 대상으로 삼으면 이들의 행동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게 된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