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증권사 고전…KB증권 전년 대비 20%↑ 눈길
지난해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와 해외 부동산 침체,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증권사들의 기업금융(IB)부문 실적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1위인 미래에셋증권 뿐만 아니라 삼성증권, 하나증권 등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KB증권의 경우 오히려 지난해보다 약 20% 상승한 실적으로 눈길을 끌었다.
21일 각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 중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하나증권 등은 모두 IB 부문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1위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IB 부문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1175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645억 원에 비하면 3800억 원이 감소한 수치다. 수탁수수료 기준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증권도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익 기준 1122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엔 1770억 원의 이익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다.
하나증권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IB 부문의 영업적자는 1804억 원으로 전년(2352억 원) 대비 4100억 원 넘게 줄었다. 회사는 “고금리에 따른 조달 여건 악화, 부동산 PF 시장 침체 등으로 수익 규모가 감소하고 국내 부동산, 해외 대체투자 등 IB 자산 평가손실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좋지 못한 IB 실적이 전체 실적의 발목을 잡아 지난해 3300억 원 넘는 손해를 보고 말았다.
메리츠증권은 IB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하진 않았지만, 지난해보다 70% 감소한 1207억 원을 기록했고, 대신증권의 경우 109억 원으로 90% 가까운 하락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아직 4분기 사업보고서 공시가 없어 정확한 실적을 알 수 없으나 지난해 3분기 말 분기 보고서 기준으론 IB 부문 세전당기손익이 3044억 원에서 1815억 원으로 줄어들어 40% 가까이 감소했다.
게다가 회사는 지난 1월 오픈컨퍼런스콜에서 해외 부동산의 총 익스포저는 2조6000억 원이며 지난해 3분기까지 관련 손상 차손 및 충당금을 2000억 원 이상 적립했으며, 4분기 1000억 원을 추가로 반영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어 IB 실적은 여전히 좋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도 NH투자증권의 경우 전년(2883억 원)보다 871억 원 감소한 2012억 원으로 나타났다.
한편, 대부분의 증권사가 IB 부문에서 고전한 가운데, KB증권은 오히려 전년보다 262억 원(19%) 넘게 오른 1599억 원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IB 부문의 깜짝 선전에 KB증권 관계자는 “대·내외 불안정 시황에도 불구하고 리스크관리 역량을 기초로 적극적 영업을 통한 안정적 수익 창출 및 시장 선도 경쟁력을 지속했다”면서 “DCM 부문에선 블룸버그 기준 1위 지위를 수성했으며 ECM 부문에선 두산로보틱스 등 11건을 신규상장 시키며 업계 탑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했던 점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