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고려대 총장이 정부가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의대 증원분 2000명을 배분한 것에 대해 “지방 대학이 의사들을 육성할 만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지 의문”이라며 “인프라 구축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김 총장은 서울 성북구 고려대 캠퍼스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지방에서는 학생 10명이 하나의 해부용 시신(카데바)으로 실습한다고 알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지방에는 환자들도 수도권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환자도 없고 병원도 없다. 지방에 공급한 의사들이 그 지방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증원된 의대 정원이 서울 지역에는 하나도 배분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우리 학교는 10명밖에 신청을 안 했기 때문에 증원이 안 된다고 해서 큰 타격이 오거나 하는 건 아니다”라면서 “고려대는 최고 엘리트 의료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적이지 양적으로 키워나가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전날 기존 의대 정원인 3058명보다 2000명 늘어난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정원을 공식 발표했다. 증원분은 비수도권에 82%가, 경기·인천 지역에 18%가 배분됐다. 서울 지역은 정원이 한 명도 늘지 않았다. 이에 서울 지역 의대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의대 증원과 관련해 의대생들의 휴학이 이어지는 등 상황에 관련해서는 “이대로라면 두 학년이 수업을 같이 들어야 하는 엄청난 혼란이 예상된다”고 했다.
김 총장은 “현재 휴학계를 못 내는 1학년 1학기를 제외하고 전체 학생의 94%가 휴학계를 낸 상황”이라면서 “이대로라면 내년에는 두 학년이 수업을 같이 들어야 하는데 200명이 한번에 교육을 받는 건 난센스다. 오전반 오후반 등 분반해서 강의를 진행하는 방식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고려대 의대는 교수 한 명당 학생 비율이 1.14대 1인데, 이것이 2.3대 1이 된다 해도 인프라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이 우려되는 상황 등에 관련해서는 “휴학 수리를 좀 더 늦추거나 하는 식으로 조정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손호성 고려대 의무기획처장은 “유급을 막기 위해 의과대학에서는 최대한 학사 일정 조율을 했다”면서 “3월 말이 최대한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고, 그 때가 넘어가면 학생들이 휴학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그 시기가 넘어가면 학생들이 전부 유급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아울러 김 총장은 전날 교무위원회에서 2025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학교폭력 징계 이력이 있는 지원자는 최대 20점을 감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우리 대학이 이타심이 강하고 공동체 의식이 강한 인재를 길러왔는데 학폭으로 인해 심각한 징계를 받거나 이런 경우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인재상과 다르기 때문에 그런 기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폭 조치 8~9호쯤 되면 퇴학 당하거나 형사처벌을 당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는 (입시에서) 1010점 만점에 최대 20점까지 감점한다. 그런 경우 0.1점이 당락을 가르기 때문에 사실상 고대에 입학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