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의 시선] 온라인 플랫폼 규제 강화하는 EU

입력 2024-03-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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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등 디지털관련 윤리기준법 채택
불공정행위·독과점 남용 엄격 규제
전통·공영 미디어 역할강화도 꾀해

최근 인터넷 플랫폼 규제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것은 유럽연합이다. 3월 13일 유럽의회는 2002년 EU 집행위원회가 “정부와 거대 플랫폼으로부터 언론의 자유와 다원주의 그리고 편집권 보호”를 목적으로 발의한 ‘미디어 자유법(European Media Freedom Act)’과 최초로 AI 개발과 관련된 윤리기준인 ‘EU AI법(European AI Act)’을 채택하였다.

이로써 유럽연합이 추진해온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들이 거의 통과되었다. 특정 인종, 성, 종교에 대한 편파적 발언이나 테러, 아동 성 학대 등과 연관된 콘텐츠의 온라인 유포를 금지하는 ‘디지털 서비스 법(DSA : Digital Service Act)’과 온라인 플랫폼의 이용자에 대한 차별금지 및 접근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디지털 시장법(DMA : Digital Markets Act)’은 이미 구체적 규제조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EU 집행위원회는 알리익스프레스의 가짜의약품 및 건강 보조제품 판매 과정에서의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하였다. 미성년자의 음란물 접근 차단 조치가 미흡하였고, 인플루언서를 이용한 홍보·판매 과정에서 불법·유해 제품이 유통되는 것을 방치했다는 의혹이다. 또 X(옛 트위터), 틱톡을 비롯한 8개 빅테크 플랫폼들의 딥 페이크 콘텐츠에 대한 위험 예방조치와 개인정보 이용 등과 관련된 자료를 요청하였다.

한편 DMA에 근거해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8개 대형 플랫폼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하고, 구체적인 불공정 행위와 독과점 지위 남용을 조사하고 있다. 실제로 법 시행 첫날 애플의 운영체계 iOS에 대체 앱스토어 설치를 금지했다는 에픽게임즈 주장에 대한 해명자료를 요구하였다.

또한 AI법에서는 AI가 인간의 편견을 재생산하거나 개인정보·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개인의 특성이나 행동과 관련된 데이터를 평가해 지표화하는 ‘사회적 점수 평가’를 금지하고 있다. 이 규제가 DSA에 포함된 빅데이터를 이용한 맞춤형 광고 금지 조항과 연계되면, 온라인 플랫폼사업자의 광고 경쟁력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EU 집행위원회는 마이크로소프트 링크트인(Linkedin)의 타깃형 광고와 관련된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EU의 플랫폼 규제 관련 행보는 전방위 공세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경제적 규제와 내용 규제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디어 관점에서 본다면, 전통 미디어와 비교해 절대 우위에 있는 ‘기술적·규제적 이점(technological & regulatory advantage)’이 약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법들이 개별 EU 국가들의 의회에서 승인되어 집행되면,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 구조가 크게 약화되고, 그동안 벗어나 있던 내용 규제까지 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규제 산업으로 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전통 미디어를 압도했던 AI에 기반을 둔 맞춤형 서비스의 제약은 치명적이다. 이용자와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 추진되어 왔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확장 전략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무엇보다 온라인 플랫폼의 주수입원이었던 광고 재원이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EU의 플랫폼 규제 강화 이유는 여러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온라인 플랫폼 성장이 전통 미디어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만을 확실해 보인다. 미디어 자유법에서 전통 미디어 특히 공영 미디어의 역할과 재정적 지원 문제를 강조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이는 온라인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기성 미디어 특히 공영 미디어의 역할 강화를 주장한 EU의 태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어쩌면 전통 미디어와 온라인 미디어 간의 규제 형평성과 상호 보완 관계를 모색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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