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동차 권위지 “테슬라, 고급차 반열서 쫓겨난 이유”

입력 2024-03-23 16:00 수정 2024-03-2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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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초기, 전통 대신 혁신 내세워
전기차 위축기, 판매가격 들쭉날쭉
신뢰성 떨어진 CEO 돌발행보 발목
소형차ㆍ픽업ㆍ대형트럭도 걸림돌

북미에서 럭셔리 자동차로 분류됐던 테슬라(Tesla)가 이 지위를 잃었다는 분석이 속속 나온다.

그동안 뛰어난 소프트웨어 기술과 혁신성에도 불구하고 낮은 조립품질ㆍ경쟁사 대비 불안정한 브랜드 전략 등이 테슬라의 약점으로 지적됐다. 무엇보다 고급차로서 갖춰야 할 ‘브랜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게 최대의 걸림돌이었다.

▲2003년 출범한 테슬라는 20여년 만에 6개의 공장과 연산 180만 대 규모로 성장했다. 출범 초기 독보적인 소프트웨어 기술을 앞세워 '고급 전기차' 반열에 단박에 올랐으나 이후 고급차 이미지가 퇴색되기 시작했다.   (출처 테슬라미디어)
▲2003년 출범한 테슬라는 20여년 만에 6개의 공장과 연산 180만 대 규모로 성장했다. 출범 초기 독보적인 소프트웨어 기술을 앞세워 '고급 전기차' 반열에 단박에 올랐으나 이후 고급차 이미지가 퇴색되기 시작했다. (출처 테슬라미디어)

◇고급차에서 대중차로 제품군 확대

지난 15일 미국 자동차산업 권위지인 ‘오토모티브 뉴스’는 ‘왜 우리는 테슬라의 럭셔리 자동차 지위를 박탈했나? (Why we stripped Tesla of luxury status?)’라는 분석 기사를 통해 “테슬라는 이제 고급 전기차가 아닌, 그저 전기차일 뿐”이라고 보도했다.

오토모티브 뉴스의 제이미 버터스 편집장은 “보급형 테슬라의 확장으로 이제 기본급 모델3의 경우 도요타 코롤라(준중형차)와 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한다”라며 “더는 테슬라를 고급차 브랜드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120년이 넘는 자동차 역사에서 고급차 브랜드가 중저가 브랜드로 전환한 경우는 전무(全無)하다. 고급차 또는 대중차가 필요하면 별도의 브랜드를 출범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대표적으로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유럽 중저가 시장을 위해 세아트를 영위하고 있다. 이보다 윗급으로 가격대비 뛰어난 가치를 지닌 글로벌 대중차 브랜드 폭스바겐을 전면에 내세운다.

폭스바겐 윗급 고급차 영역에는 독일 3대 프리미엄 브랜드로 꼽히는 아우디(AUDI)가 존재한다. 더 나아가 오너 드라이버가 누릴 수 있는 최상급 고급차 브랜드로 벤틀리가 자리 잡고 있다.

일본 도요타와 혼다ㆍ닛산도 각각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와 어큐라ㆍ인피니티를 출범했다. 한국의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출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분석에 따르면 제네시스 G80 1대를 판매했을 때 얻는 영업이익이, 현대차 쏘나타 6대 영업이익과 맞먹는다. 수많은 완성차 기업이 고급차 판매를 확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초기 투자자로 참여해 CEO에 오른 일론 머스크의 돌발행동도 브랜드 정체성과 신뢰도를 떨어트린 배경이 됐다고 주요 외신은 보도한다. 이들 매체는 "그가 공언했던, 테슬라 중장기 전략의 상당수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AP/뉴시스)
▲초기 투자자로 참여해 CEO에 오른 일론 머스크의 돌발행동도 브랜드 정체성과 신뢰도를 떨어트린 배경이 됐다고 주요 외신은 보도한다. 이들 매체는 "그가 공언했던, 테슬라 중장기 전략의 상당수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AP/뉴시스)

◇한때 혁신의 아이콘, CEO부터 신뢰도 추락

이와 달리 브랜드 출범 초기부터 파격을 앞세운 테슬라는 자동차 산업의 전통적인 굴레를 벗어났다. 고급차에서 대중차로 변모 중이다.

혁신으로 무장한 이들은 초기 고급 전기차 제품군에서 이제 중저가 모델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 픽업트럭과 대형 트레일러까지 상용차도 내놓거나 출시를 대비하고 있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3사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외한, BMW와 아우디는 픽업트럭과 대형트럭을 내놓지 않는다. 브랜드 지향점이 유사한 볼보를 비롯해 재규어와 랜드로버도 제품군을 세단과 SUV 등으로 국한한다. 겁 없이 픽업이나 대형 트레일러에 뛰어들지 않는다. 잘못하면 고급차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들쭉날쭉한 판매 가격도 고급차로서 테슬라의 명성에 먹칠했다. 새 모델의 등장 때 가격을 조정하는 게 아닌, 재고 여부에 따라 수백만 원, 많게는 1000만 원씩 가격이 올리고 내린다. 우리 수입차 업계에서 10% 안팎 할인하는 가격 마케팅과는 궤가 다르다.

동시에 방향성을 잃은 CEO의 돌발 메시지와 행보도 고급차 브랜드 테슬라의 브랜드 정체성을 훼손했다.

예컨대 일론 머스크가 “내년(2022년)까지 로보택시를 출시하겠다”고 공개 석상에서 공언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세미트럭(대형 트레일러) 출시 일정도 계속 미뤄졌다. 관심을 모았던 사이버트럭은 애초 그가 공언했던 가격을 뛰어넘은 것은 물론 제품규격(성능)과 가격도 CEO의 발언에 못 미쳤다.

그런데도 이 모든 걸 참을 수 있었던 이유는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혁신이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출범 초기 놀라움을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재 수준이다.

▲제품 전략도 여느 고급차 브랜드와 궤를 달리한다. 독일 프리미엄 3사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외하면 제품군이 세단과 SUV 등 승용에 국한돼 있다. 반면 테슬라는 화물차(대형 트레일러와 픽업트럭 등)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출처 테슬라미디어)
▲제품 전략도 여느 고급차 브랜드와 궤를 달리한다. 독일 프리미엄 3사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외하면 제품군이 세단과 SUV 등 승용에 국한돼 있다. 반면 테슬라는 화물차(대형 트레일러와 픽업트럭 등)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출처 테슬라미디어)

▲큰 관심을 모았던 사이버트럭.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갖추기 위해 풀어야할 과제가 산더미인 것으로 전해진다. 여전히 소량 생산에 그치고 있다는 게 걸림돌로 지적된다. 일론 머스크 스스로도 "커다란 현금창출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출처 테슬라미디어)
▲큰 관심을 모았던 사이버트럭.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갖추기 위해 풀어야할 과제가 산더미인 것으로 전해진다. 여전히 소량 생산에 그치고 있다는 게 걸림돌로 지적된다. 일론 머스크 스스로도 "커다란 현금창출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출처 테슬라미디어)

◇엔트리급 확대로 고급차 이미지 퇴색

결국 ‘테슬라=혁신적인 고급 전기차’라는 이미지를 시나브로 퇴색했다.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 EV’는 “테슬라가 가격을 낮추면서 판매는 증가했으나 브랜드 이미지는 오히려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우리가 손에 넣을 수 있는 거의 모든 보고서에서 테슬라는 고급차 제조사로 인식돼 있다”라며 “이는 전기차의 시작 가격이 꽤 높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현재 테슬라 모델3 기본 모델은 미국에서 약 3만9000달러에서 가격이 시작한다. 크기가 비슷한 BMW 3 시리즈의 가솔린 ​​330i의 시작 가격은 4만4500달러다. 물론 자동차 가격이 반드시 이를 고급차와 대중차를 가를 수 있는 기준이 되지 않는다.

결국, 테슬라를 두고 자동차 시장은 더는 고급차라고 부르지 않는다. 심지어 이보다 가격이 저렴한 테슬라 모델2 출시도 올해 안에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이런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회사의 공식적인 발표에도 불구하고 테슬라 모델2의 2024년 출시를 기대하는 시각은 많지 않다.

자동차 전문매체 모터1은 “이제껏 그랬던 것처럼 이 회사의 공언이 제때 이뤄진 적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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