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맏형이냐 신성이냐…현대건설 vs 포스코이앤씨, ‘여의도 한양’ 승자 누가 될까[르포]

입력 2024-03-19 17:09 수정 2024-03-1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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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한양아파트 단지 내부 모습.  (사진=한진리 기자 truth@)
▲여의도 한양아파트 단지 내부 모습. (사진=한진리 기자 truth@)

"사업조건이나 금융조건이나 무엇을 따져보나 포스코이앤씨죠". - 포스코이앤씨 OS(홍보) 직원

"오티에르는 서울에 준공한 단지가 하나도 없어요. 현대건설이 될 겁니다." - 현대건설 OS 직원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인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의 자존심을 건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 전장. 두 회사는 최고 56층 마천루 단지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최고의 사업조건을 내걸고 수주전을 하고 있다. 수주에 성공하는 쪽은 서울의 맨해튼으로 바뀔 '여의도 1호' 랜드마크 단지를 심을 수 있게 된다. 승리의 여신은 어느 쪽을 향해 미소 짓게 될까.

19일 오후 본지가 찾은 여의도 한양 아파트는 분주한 분위기였다. 이른 개화로 봄맞이에 나선 개나리를 구경하는 주민들 뒤로, 두어 명씩 서 있는 중년 여성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건설사에서 홍보를 위해 고용한 OS 직원들로 2인 1조로 짝을 지어 단지 입구, 놀이터 등 동선마다 자리를 잡고 입주민들을 유심히 체크하고 있었다. 한쪽에선 홍보를 하면서 길고양이 밥을 주는 등 주민으로 착각할 정도로 완전히 동화된 모습이었다.

기자가 OS 직원에게 "홍보를 오래 하셔서 이젠 숟가락 개수까지 다 세실 수 있겠다"고 묻자 "정말 그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다"며 이달 23일 전체 회의 직전까지 홍보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20년간 한양아파트에서 거주했다는 입주민 A(73) 씨는 "홍보 직원들은 오래 봤다. 어느 건설사를 고를지는 이미 마음속으로 다 정했다"고 말했다.

여의도 한양은 재건축을 통해 최고 56층, 956가구에 이르는 마천루 단지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공작 아파트와 '여의도 1호 재건축'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며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 단지 전용면적 159B ㎡는 지난해 12월 26억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달 23일 소유주 전체회의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단지 내부에 건설사들의 홍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한진리 기자 truth@)
▲여의도 한양아파트 단지 내부에 건설사들의 홍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한진리 기자 truth@)

▲여의도 한양아파트 단지 외벽에 건설사들의 홍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한진리 기자 truth@)
▲여의도 한양아파트 단지 외벽에 건설사들의 홍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한진리 기자 truth@)

수주를 위해 도전장을 낸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은 각자 최고의 조건으로 소유주들을 사로잡겠단 각오다. 포스코이앤씨는 하이엔드 브랜드인 '오티에르'와 함께 3.3㎡당 798만 원이라는 파격적으로 낮은 수준의 공사비를 내걸었다. 반면 '디에이치'를 적용한 현대건설은 3.3m당 824만 원의 더 높은 공사비 책정하면서 신탁 최초 사업비 100% 금융조달 등 우수한 금융조건을 제시했다.

현대건설은 정통의 정비사업 강자다. 디에이치로 수년간 업계 톱을 놓치지 않으며 굵직한 사업지를 휩쓸었다.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몇 년간 낮은 공사비로 수주 실적을 빠르게 불리며 신성(新星)으로 떠올랐다.

▲포스코이앤씨가 여의도한양 아파트 앞 버스정류장에 설치한 광고가 걸려있다. (사진=한진리 기자 truth@)
▲포스코이앤씨가 여의도한양 아파트 앞 버스정류장에 설치한 광고가 걸려있다. (사진=한진리 기자 truth@)

▲여의도한양 아파트 입구에 정차된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홍보 버스.  (사진=한진리 기자 truth@)
▲여의도한양 아파트 입구에 정차된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홍보 버스. (사진=한진리 기자 truth@)

업계 관계자들은 낮은 공사비를 내세운 포스코이앤씨의 우위를 점치면서도 브랜드나 신용도 높은 현대건설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최근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이 직접 현장을 찾은 행보가 적극적인 수주 의지를 드러낸 것인 동시에 취임 후 첫 현장방문이라는 측면에서 수주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이제 브랜드 우위 시대는 끝났다. 공사비가 승부를 가르는 전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하지만 윤 사장이 이례적으로 현장을 찾은 것은 승기를 잡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어 혼전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사실상 승부의 키는 입주민이 아니라 외지인들이 쥐고 있단 시각도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소유주 절반가량은 외지인들이라 OS 직원 등 맨투맨 홍보가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 결국, 사업조건이 승패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입주민 A씨 또한 "재건축 추진하는 동안 손바뀜이 많았다. 입주민도 있지만 잘 모르는 외부 사람도 많아 분위기를 속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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