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혐의자에 정치적 면죄부 주고
종북세력엔 합법적 의회진입 길터
민주헌법의 자유헌법 전환 절실해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는 자유민주주의라는 걸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좌파들도 인정한다. 이를 또렷하게 입증하는 건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세력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4월 총선을 앞두고 충격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일의 대표적 예를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 즉 더불어민주연합에서 찾고 있다.
민주연합이 추진 중인 범야권 군소정당 비례대표 후보 공천 내용을 보면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당선 안정권이라는 비례대표 20번 안에 진보당, 새진보연합, 시민사회 등 총 10명의 후보를 배치하기로 했다. 그런데 진보당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정당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이 아닌가! 이를 두고 “민주당이 사실상 통진당 부활의 길을 터줬다”고 비판하는 소리가 나온다. 이런 비판 자체는 옳지만, 본질은 아니다. 위성정당을 불러온 ‘선거 제도’가 자유와 민주를 억압하는 종북·친북세력에게 의회에 진입할 기회를 ‘합법적으로’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다.
따라서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도대체 어떤 정치적 과정을 통해 반(反)자유주의적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 설립을 가능하게 하는 선거 제도가 생성됐는가의 문제다. 정치적 과정을 정의하는 게 헌법이다. 헌법이 잘못되어 있으면, 정치 질서가 왜곡되고 이때 만들어지는 법적 제도적 장치는 법치와 자유를 파괴하고 전체주의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우리의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로서 자유민주주의의 지배적 모델은 대의제 민주다.
그런데 우리 헌법은 유권자-시민은 선거권을 행사해 선출한 대의제 기관, 즉 의회의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의회주권·자율성이라는 이유로 입법부의 다수에게 무제한 권력을 독점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게 우리의 헌정질서다. ‘민주적 절차’만 지킨다면, 의회의 권력에 대한 일체의 제한이 불필요하다고 믿었다. 그런 인식이 1987년 개헌의 기초가 됐다. 현행 헌법 아래서 선출된 의회의 권력은 거의 제한이 없는 이유다.
헌법이 선출된 정부에 무제한의 권력을 허용한 이유가 있다. 도덕적으로나 지적으로 훌륭한 인물을 선택하면 국리민복에 헌신하리라는 플라톤·헤겔의 낭만주의적 국가관 때문이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권력을 제한하는 헌법 장치 마련에 소홀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선출된 권력에 원하는 게 무엇이든 다 할 수 있게 하는 헌법이 된 것이다.
다수가 원하면 이게 무엇이든 법이 된다는 사상이 헌법에 잠재되어 있다. 한국 헌법은 ‘민주헌법’일 뿐 ‘자유헌법’이 아닌 이유다.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21대 국회를 장악한 문재인 전 정권과 이재명 민주당의 입법폭주가 그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기형적 비례대표제가 대표적이다. 원래 선거법은 여야합의가 전통이었지만 다수당의 입법폭주가 빚은 왜곡된 선거법이 됐다. 이재명 민주당이 종북·친북세력에게 합법적으로 의회에 진입할 기회를 마련해 주려는 것도 그런 선거법 탓이다.
왜곡된 선거법이 불러온 비례대표 전용의 (위성)정당 제도는 범죄 혐의자들에게 정치적 면죄부를 주는 특혜제도로 활용될 수 있다. 대표적 예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설립한 ‘조국혁신당’이다. 문재인 정권의 검수 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소득주도성장, 친노동 등 입법폭주로 국정의 발목을 잡았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어려운 건 지난 좌익정부의 입법폭주로 정부의 간섭이 무제한 확대된 결과일 뿐만이 아니라, 자유 사회의 확립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법적 제도적 장치도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가 허물어진 법적 제도를 원상태로 되돌리려 해도 의회 권력을 장악한 이재명 민주당의 폭주로 번번이 국정을 마비시키고 있다. 중소기업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안 같은 절실한 기업들의 요청을 외면했던 것도 이재명 민주당과 같은 다수당의 폭주를 효과적으로 제한하는 헌법적 장치가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헌법이 잘못돼 있으면 자유나 재산을 유린하는 법과 정책이 생겨나고 독재나 전체주의를 불러들인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는 진통은 ‘헌법적 위기’라 할 만하다. 따라서 그런 위기를 극복하고 자유를 지키기 위해 우리 사회에 중요한 건 민주적 권력을 적절히 제한하는 ‘자유의 헌법’이다. 그런 권력을 제한하는 과제는 현행 헌법의 프레임 내에서 이루어지는 총·대선이 아닌 헌법적(개헌) 차원에 맡길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