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주총 '표대결' 완승…행동주의 펀드 배당확대안 부결

입력 2024-03-15 13:45 수정 2024-03-1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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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강동구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 정기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 측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관계자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허지은 기자 hje@)
▲15일 서울 강동구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 정기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 측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관계자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허지은 기자 hje@)

삼성물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회가 제안한 이익배당안이 의결됐다. '울프팩'(Wolfpack·늑대무리) 전략을 펴 배당 확대를 요구한 행동주의 펀드연합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은 70%가 넘는 주주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방어에 성공했다.

삼성물산은 15일 서울 강동구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지난해 이익 배당안과 관련해 이사회가 올린 안건과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안다자산운용·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등 5개 행동주의 펀드가 제안한 안건을 표결했다.

주총 결과 삼성물산 이사회가 제안한 보통주 1주당 2550원(우선주 2600원)의 현금배당안이 주주 다수의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 이는 총 4173억 원 규모다. 이사회 안에 찬성을 밝힌 주식은 77%(1억600만 개)였다. 의결권 있는 주식(1억5900만 주) 중 출석 주식은 1억3800만 주였다.

이에 맞서 펀드연합이 제안한 배당안에 찬성하는 주식 수는 3200만 주로, 23%에 그쳤다. 이들은 보통주 1주당 4500원(우선주 4550원)의 현금 배당을 제시했다. 이사회안보다 76.5%(3191억원) 많은 7364억 원 규모다.

펀드연합이 요구한 5000억 원 규모 자사주 매입안도 주주 82%가 반대 또는 기권, 18%가 찬성하며 최종 부결됐다. 다만 삼성물산 이사회가 제안한 자사주 보통주 188만8889주와 우선주 15만9835주를 소각하는 안건은 통과됐다.

펀드연합이 소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1.46%에 불과한데다 지분 7.01%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 이사회안을 지지하며 배당 확대안은 통과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펀드연합의 제안에 지지 의견을 내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최근 들어 행동주의 펀드는 국내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주주환원 강화를 내걸며 배당금을 높이는 제안을 잇따라 해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근거로 활용해 정부 취지에 맞는 배당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린의 도현수 변호사는 이날 주총에서 "최근 금융위원회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포함해 정부의 개혁안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들에게 주주친화적 제도를 시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사회는 우리가 제안한 주주환원이 부적절하고 회사에서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우리를 비롯한 주요 기관투자자 및 소액주주들은 이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외에도 이들 행동주의 펀드는 국내 기업을 상대로 이익 확대 전략을 펴고 있다. KT&G, 삼양그룹, 현대엘리베이터는 물론 KB·신한·하나·우리·JB·BNK·DGB금융지주 등에도 주주환원을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다며 호소해왔다. 펀드연합이 요구하는 배당 확대 규모는 총 1조2364억 원 규모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주주총회 소집 공고에서 "삼성물산 잉여 현금 흐름을 100% 초과하는 규모"라며 "이같은 현금 유출이 이뤄지면, 미래 경쟁력을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행동주의 펀드가 지나친 단기 업적주의에 집중해 기업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견해가 주주를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제가 저성장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주가 성장이 정체되자, 행동주의 펀드들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주주 배당 강화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다. 이들의 의견에 반대를 던진 국민연금 역시 펀드의 요구가 과도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들 일부도 제안에 반대를 표시했다.

주총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삼성물산은 '제3기 3개년 환원 정책'을 이어갈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초 3개년에 걸쳐 △최소주당 배당금 2000원 유지 △관계사 배당수익 60~70% 수준 환원 △보유 자사주(보통주 13.2%, 우선주 9.8%) 5년간 분할 소각 등을 실시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주총 결과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김 변호사는 대구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지낸 인물로, 중대재해와 조세 분야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중경 한국가이드스타 이사장도 사외이사 임기를 연장했다. 사내이사로는 오세철 건설부문 사장과 이준서 패션부문 사장이 연임됐고, 이재언 상사부문 사장이 신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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