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불안에 전세사기 여파가 더해지면서 빌라(다세대·연립주택)와 단독주택 등 비(非)아파트를 짓겠다고 나서는 건설업자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허가 절벽은 이르면 3년, 늦어도 5년 이내에 주택 공급 중단으로 이어져 임대차 시장은 물론, 매매시장까지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부족한 청년·서민의 주거 선택지가 앞으로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21일 국토교통부 통계누리 ‘주택건설실적’ 통계 분석 결과, 새해 들어 비아파트 인허가를 단 한 곳도 신청하지 않은 곳이 전국 지자체의 절반을 넘었다.
1월 인허가 기준으로 다세대주택 인허가 가구가 한 곳도 없는 지역은 경북과 광주, 대구, 대전, 부산, 세종, 울산, 전북, 충남, 충북 등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약 65% 규모다. 특히 세종시는 지난해 1월 이후 다세대주택 인허가 물량이 단 한 가구도 없었다. 인천은 수도권 광역시임에도 다세대주택 인허가 가구는 8가구에 그쳤다.
또 연립주택도 인허가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 1월 기준 연립주택 인허가 가구가 없는 지역은 광주와 대구, 대전, 부산, 세종, 충북, 울산, 전남 등 8곳이었다. 전국 시·도 지역 중 약 47%는 연립주택 인허가 사례가 없는 것이다.
수도권의 비아파트 공급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1월과 올해 1월을 비교하면 빌라 인허가 규모는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1월 빌라 인허가 가구는 1062가구였지만, 올해는 537가구 규모로 줄었다.
이렇듯 비아파트 공급 절벽 현상은 이미 지난해부터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가 2022년 말 시작된 이후 비아파트 수요 감소가 가속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등으로 자금조달마저 어려워지자 비아파트 공급이 자취를 감춘 것으로 풀이된다.
1월 국토부가 발표한 지난해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누적 주택 인허가 물량 38만8891가구다. 이 가운데 아파트가 전체의 88% 수준인 34만2291가구에 달한다. 아파트 쏠림 현상이 극심해진 것이다.
이에 반해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전국 기준으로 4만6600가구에 그쳤다. 해당 물량마저도 2022년과 비교하면 50.5% 급감한 규모다. 이어서 정부가 1·10 부동산 대책 통해 비아파트 공급을 늘릴 규제 완화책을 대거 쏟아냈지만, 1월 통계만 보면 유의미한 시장변화를 찾기 힘들다. 1월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2904건으로 지난해 12월 3218건 대비 9.8% 줄었고, 지난해 1월(2876건)과 비교해도 1.0% 늘어난 수준에 그쳤다.
이렇듯 비아파트 공급이 끊기면 앞으로 빌라 전세시장 소멸과 함께 대체재인 소형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면서 아파트 전셋값 상승과 매맷값 급등으로 연결될 전망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빌라 등 전세사기 사례는 당분간 강하게 시장에 작용하면서 임차인들이 빌라 전세를 찾는 사례는 급감하고, 대신 월세나 아파트 전세 및 고가 월세로 재편될 것”이라며 “그동안 빌라 건설시장은 전셋값이 매맷값을 받쳐주니 이를 지렛대로 삼아 짓고 난 뒤 매각해 수익을 냈지만, 이제 매매가격이 전셋값 하락으로 수익을 남길 정도 이하로 하락하는 일종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비아파트 건설과 매매시장은 기존 대비 큰 평수 등 특수 형태거나 아예 민간임대업자가 정부 정책지원 등으로 저리에 자금을 공급받아 지을 수 있는 형태가 아니면 비아파트 건설은 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