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신청에 전국 40개 대학이 3400명이 넘는 증원을 신청했지만, 정작 캠퍼스는 재학생들이 집단 휴학에 수업거부 움직임이 계속되면서 학사운영이 ‘파행’을 빚고 있다. 대학들은 수업거부가 계속돼 개강을 연기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집단 유급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6일 대학가에 따르면 의대는 본과생의 실습 등 이유로 통상 2월 중순께 개강한다. 그러나 전국 대부분 의대에서 집단휴학계가 제출되거나 수업·실습 거부 움직임이 있어 대학들은 개강을 미루는 상황이다.
대부분 의대는 수업일수의 3분의 1이나 4분의 1 이상 결석한 학생에게 유급이 되는 F학점을 부여한다. 수업거부 등 단체행동이 장기화되면 집단 유급 사태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의대가 있는 한 서울 사립대 관계자는 “의대 수업은 커리큘럼에 따라 선행과목을 들은 후 다음 과목을 이수하는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학사 일정을 정상 소화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3월 셋째 주 정도로 보고 있다”며 “이 기간이 지나면 단체 유급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2학기 학사 일정 등을 고려하면 개강을 계속 미룰 순 없는 상황인 만큼, 이달 중순 정도를 학사운영 정상화 여부의 ‘분수령’으로 보는 것이다.
다만, 대학마다 개강 연기를 할 수 있는 시점이나 기준은 다른 상황이다.
비수도권 의과대학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선 개강이 추가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며 “학과 일정상 3월 말까진 수업 연기가 가능하며 그 이후로는 집단 유급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집단 유급 사태가 일어나면, 제대로 된 수업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학년씩 진급을 못하고 내려오면 신입생과 바로 위 선배들이 같이 수업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심지어 2025학년도에는 의대 증원으로 신입생 숫자도 늘 수 있는데, 집단 유급 사태가 발생하면 의학 교육이 부실해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4일까지 절차 등을 지켜 정상적으로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은 5401명으로,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1만8793명)의 28.7% 수준”이라고 밝혔다. ‘유효하지 않은 휴학 신청’까지 포함하면 휴학 신청은 1만4000여건으로, 전체 의대생의 3분의 2가 넘는다.
교육부는 기본적으로 학사일정은 각 대학의 소관이라는 입장이지만 "의대 현안 대책팀을 통해 대학이 학생의 학업 복귀를 독려하게 하는 등 대학에 정상적인 학사 관리를 지속해서 협조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각 대학이 정부에 대규모 증원을 공식 요청하자 교수들도 반발하고 있다.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의대생 증원을 막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강원대 교수 10여 명은 의대 앞에서 삭발식을 열고 교수와 학생 등 구성원 의사에 반하는 일방적인 증원 방침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원광대에서도 의과대학장을 비롯한 교수 5명이 보직 사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