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안 초안을 내놨다.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은 의료계의 숙원과제 중 하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법무부와 복지부는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들의 사법 위험을 낮추기 위해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안을 함께 성안했다”며 “정부는 지난해 10월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 혁신전략회의’에서 의료사고에 대한 사법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고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특례법 제정안을 속도감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정부 초안은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한 의료인의 의료행위 과정에서 과실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하더라도 환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방향이다. 조건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중재 절차 참여다. 박 차관은 “의료인이 중재·조정 절차를 수용해야만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자가 소송절차 없이도 중재·조정과 책임보험 보상을 통해 신속하고 충분하게 피해를 보상받도록 하기 위함이다.
응급환자 의료행위와 중증질환·분만 등 필수의료행위에 대해선 환자에게 중상해가 발생해도 환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다. 박미라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기본적으로 반의사불벌 특례는 모든 의료행위에 대한 특례”라며 “다만, 중상해의 경우에는 필수의료에 한해서 특례를 인정하는 것으로 규정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사망사고 발생 시에는 환자 또는 유가족 의사와 상관없이 사법절차를 진행하되, 책임보험·공제 가입 시 형을 감면한다.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은 해외에서도 입법례를 찾기 어렵다. 박 차관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필수의료 상황이 열악하고 어렵다는 뜻”이라며 “정책적으로 이 보호막을 설정해 주지 않으면 이제 필수의료 분야에 의료진들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오늘 발표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안은 그간 의료현장에서 제기한 의견을 반영한 것이며, 의사단체가 요구한 의사 증원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며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이 제정되면, 필수의료 인력의 법적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환자는 소송까지 가지 않더라도 신속하고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과 중재 절차가 신속하게 개시돼 의료사고에 대한 합리적이고 공정한 감정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는 29일 공청회를 열어 제정안에 대한 추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는 현재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포함된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