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 자극해 전국 각지서 정치 폭력 사태 급증할 수도
미국 대통령 선거가 8개월 이상 남은 가운데 서구권 국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동맹국을 짐으로 여기는 트럼프가 이기면 안보가 크게 흔들릴 수 있어서다.
그러나 미국과 전 세계에 있어서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해 트럼프가 부전패를 강요당하거나 대선에서 지는 것이라고 2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분석했다.
큰 파란이 없으면 이번 대선은 트럼프와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재대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신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지지율이 바이든을 대체로 웃돌고 있다. 또 미국 ABC방송 등이 9~1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이 재임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86%에 달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영향은 유럽에만 머물지 않는다. 트럼프는 재임 기간 주한미군 철수를 고집했으나 측근들의 만류로 철수를 ‘2기 우선순위’로 삼는 것으로 일단 이를 일단락했다. 대만 유사시 트럼프가 미군을 어디까지 관여시킬지도 의문이다.
이에 트럼프의 부활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내심 그가 안고 있는 4건의 형사재판 등으로 인해 선거전이 중단되거나 출마가 좌절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뉴욕주 법원은 3월 말 불륜 상대에게 지급한 입막음 비용을 부당하게 처리한 혐의에 대해 첫 재판을 연다. 판결은 대선 전 나올 것으로 보이며 유죄 판결이 나오면 일부 중도파가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형사재판과는 별개로 대선 출마 자격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다. 연방대법원이 출마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크지만, 반대라면 트럼프는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사태가 일어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닛케이는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마녀사냥으로 또 선거를 도둑맞았다”고 호소하면서 지지자들을 자극해 미국 각지에서 연쇄 폭력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닛케이는 내다봤다.
최악의 경우 더는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트럼프 지지층과 반대층의 정치적 내전이 심화하고 바이든은 재선되더라도 국내 문제에만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이미 정치적 갈등이 고조돼 폭력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21년 1월 의회의사당 점거 사건 이후 정치적 대립이 원인이 된 폭력 사건은 213건에 달했으며 그중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도 18건에 이르렀다.
이에 닛케이는 “미국과 세계에 가장 바람직한 대선 결말은 공정한 선거를 통해 명확한 표 차이로 결판이 나는 것”이라며 “동맹국 입장에서는 국제 협력을 중시하는 바이든이 승리하는 것이 좋다”고 짚었다. 이어 “미국 유권자의 선택을 다른 나라가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며 “동맹국들은 트럼프 부활 시나리오에 대비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