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가스 직수입’ 체리피킹이란 오해

입력 2024-02-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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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민간LNG산업협회 부회장

지난해 10월 국회예산정책처는 2022년 가스 직수입 발전사의 LNG 발전 비중이 2021년 대비 29%에서 22%로 7% 대폭 줄었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이를 두고 일부 가스산업 관계자들은 직수입 발전사가 LNG가 비쌀 때 발전기 가동을 의도적으로 축소했다는 소위 체리피킹 행위의 증거라고 주장하며 지금까지 관련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가스 직수입은 민간기업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공기업인 한전의 발전자회사 5개사도 가스 직수입을 하고 있거나 준비단계에 있다. 발전공기업 3개사는 이미 LNG 직수입을 통하여 발전소 원료를 조달하고, 2개사 역시 직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원료비 상승 탓에 발전기 가동 줄어

2022년 직수입 민간발전량이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실제 발전량이 줄어든 이유는 따로 있다. 우선 2022년 미국 프리포트 LNG 터미널 화재로 예정되었던 국내 도입 물량에 차질이 생겼다. 다음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기인한 LNG 가격 폭등으로 해외 LNG 공급사가 약속된 물량 도입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직수입 발전사들은 약속된 장기계약 물량을 제대로 도입하지 못해 비싼 LNG 현물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가스 원료비의 상승은 가격경쟁력 하락을 불러왔다. 비싼 원료비 때문에 전력거래소 전력 공급에서 배제되다 보니 발전기 가동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장기계약 물량 도입 차질로 인해 왜 비싼 현물 LNG를 구매해야 했는지, 왜 비싼 현물 LNG 구매로 발전기 가동이 줄어들었는지를 이해하려면 우리나라 전력시장을 살펴봐야 한다.

전력시장은 다양한 플레이어가 존재하는 입찰시장이다. 그것도 원료인 LNG 최저가 경쟁 입찰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전체 가스 발전기 96기 중 민간이 40기, 공공이 56기다. 또 전체 96기 중 민간·공공 구분없이 직수입 발전기는 15기, 가스공사로부터 원료를 공급받는 발전기는 81기에 이른다.

가스공사로부터 LNG를 공급받는 평균요금제 발전사, 개별요금제 발전사, 그리고 LNG를 직수입하여 소비하는 직수입 발전사. 이렇게 다양한 루트를 통하여 LNG를 도입한 발전사가 전력거래시장에 참여할 때 공기업, 민간기업 구분이 따로 있지 않다. 일정 규모 이상의 모든 발전사는 전력시장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경쟁이 존재하는 전력시장에서는 원칙적으로 LNG를 싸게 도입해야만 가스 발전기가 가동될 수 있다. 비싼 원료를 도입하면 발전기 가동 순위에서 밀리게 되고, 따라서 발전기를 가동할 수 없다. 전력시장은 발전사들의 원료 도입 경쟁을 통해 전기요금 인하라는 국민 후생 증진에 기여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LNG 도입 원가의 유불리 등을 이유로 발전시장에 선택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전력거래시장을 모르는 주장일 뿐 아니라, 그런 행위는 법으로도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2022년과 같이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가스공사로부터 LNG를 공급받는 평균요금제 발전사들은 경쟁력이 약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스공사 자체는 사실 발전시장과는 크게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가스공사는 LNG를 도입하여 평균요금제 발전사에게 원료인 LNG를 공급하면 그것으로 모든 의무를 다한다. 전력시장에서 자신들이 원료를 공급한 발전사가 발전기를 돌리는지 못 돌리는지는 그들의 주된 관심 사항이 아니다.

반면 민간·공공 부문을 불문하고 직수입 발전사들은 스스로 값싼 LNG를 도입해서 발전시장에서 전력 생산 지시를 받아야만 사업 성과를 시현하는 비즈니스 구조이다. 즉, 직수입 발전사는 LNG 도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발전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어야 하기에 더욱 절실하게 값싼 LNG를 도입하려 최선을 다한다. 이런 메커니즘은 우리나라가 100% 가스를 수입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전체 전력 수요의 25%를 차지하는 가스발전 시장에 LNG를 최대한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직수입사, 국가 LNG 수급의 보완재 역할

결국, 20여 년 전 도입한 직수입 발전 제도는 100% 수입에 의존하는 가스를 싸게 도입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의 산물로서 국민경제의 가스수입 비용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동하였다. 그리고 민간·공공 무관하게 이렇게 싸게 도입한 가스 원료를 사용한 가스 발전사만이 전력시장에서 전력을 공급할 수 있고 그래야 발전사가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싸게 전력을 공급하도록 유도할 수 있게 된다. 왜냐하면, 제일 비싼 원료인 가스 발전의 공급가격이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구매하는 시장가격이기 때문이다.

약 40년 전 독점 공급체제를 통하여 가스시장의 기반을 조성하였다. 이후 가스산업 직수입제도를 통하여 LNG 저가도입과 가스 전력의 원가 절하가 본격화된 지 20년이 지났다. 여전히 판매시장은 가스공사가 독점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직수입제도는 다방면에서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가스공사의 안정적 LNG 공급을 위해 직수입사는 LNG를 빌려주기도, 판매하기도 했고, 민간의 저장공간을 대여해 주기도 하였다. 가스공사를 도와서 국가 LNG 수급의 보완재적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직수입 제도를 소위 체리피킹이라고 사실을 왜곡하여 폄하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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