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비상대책위원회 정진행 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전공의들과 긴급 회동을 가진 지 4시간여 만이다. 의과대학 증원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 대치를 지속하던 가운데 중재자 역할에 대한 실패 책임을 진 것으로 풀이된다.
정 위원장은 2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비대위원장으로서) 소임을 다했다”며 “2기를 출범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김종일 회장도 함께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오전 7시 30분 서울의대 교수와 전공의, 의대생 대상 비대위 활동 보고회를 가진 이후 나온 결정이다.
비대위는 “정부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검사들을 파견해 사법처리를 위한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는 의과대학 교수들과의 소통채널을 만들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기적으로 만나서 대화하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조치가 법률적으로 부당할 경우와 향후 제자들 및 우리의 행동에 정당성을 담보하기 위해 우리도 사법적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법리와 법률적 실무능력을 갖춘 조직을 만들 준비를 마쳐놓았다”고 했다.
또 “실질적인 협의를 4월 총선 이후로 연기하는 대신 그동안 의제의 선정과 기본적인 상호 의견 교환을 지속할 것을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비대위는 "의사는 환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집단"이라며 "전문가는 내가 먹고살 걸 창출할 수 있어서 위험한 것이다. 그래서 (정확한) 숫자가 필요한 거고, 서양에서도 의사 숫자 함부로 안 늘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정부가 관련 브리핑을 통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29일까지 현장에 복귀할 것을 요청했고, 정 위원장이 이에 따른 책임을 진 것으로 보인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 사법절차 진행이 불가피하다. 면허정지 처분은 그 사유가 기록에 남아 해외취업 등 이후 진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 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 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장문의 호소문을 올리며 정부에 교수들과의 협의체를 제안한 바 있다.
정 위원장은 "우리의 이러한 목적이 가지는 순수성에 대한 의심을 없애기 위해 본격적인 협의는 4월 국회의원 총선 이후에 시작하자"며 "지금 당장은 협의의 주체 및 협의 사항, 향후 계획 정도만 합의하더라도 이 사태의 해결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