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실적은 좋았지만…코끼리 못 찾은 버핏, 고민 커져

입력 2024-02-25 14:17 수정 2024-02-2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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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순익 2배 급증
애플, BoA 등 투자 주식 가격 상승 덕분
“현재 급등 장세, 카지노 같아” 지적도
투자처 못 찾아 현금 보유액 역대 최대
‘영혼의 단짝’ 故 멍거 부회장 추모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AP연합뉴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AP연합뉴스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가 지난해 4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실적은 좋았지만, 적극적으로 투자할 만한 우량주를 찾지 못했다는 점에서 버핏의 고민이 커지게 됐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버크셔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1배 급증한 375억7400만 달러(약 50조 원)라고 발표했다.

2022년에는 투자한 주식들의 가격 급락에 228억 달러라는 대규모 손실을 봤지만, 이번에는 주가 반등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4분기에만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주가가 26% 상승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3% 올랐다. 버크셔의 포트폴리오 1순위인 애플은 12%, 코카콜라는 5.3% 각각 올랐다. 옥시덴털페트롤리움과 셰브런이 각각 8%, 12% 하락하는 등 에너지 관련주가 다소 부진했다는 점이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버핏 회장은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현 주가의 급등세를 ‘카지노’에 비유하며 시장에 경종을 울렸다. 그는 “미국은 투자자에게 훌륭한 나라”라면서도 “시장은 내가 젊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카지노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버핏 회장은 “카지노는 많은 가정에 침입해 사람들을 날마다 유혹하고 있다”며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올 투자처는 미국에 극히 조금밖에 남지 않았고 미국 밖의 기회는 더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버크셔가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투자 이익을 얻을 가능성은 없다”고 한탄했다.

최근 들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증시는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소수의 섹터에 돈이 몰리면서 급등 장세를 보인다. 이는 우량 기업을 싼 가격에 매수해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버핏 스타일에는 그다지 맞지 않은 환경이다. 이번 서한에서도 버핏 회장은 “가격이 매력적으로 매겨져야 한다”는 기존 태도를 고수했다.

현금 보유액이 1676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점도 이와 연관된다. 현금이 대거 불어난 것은 호실적의 영향 때문도 있지만, 그만큼 투자처를 찾지 못해 대기 중인 자금으로 묶여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버핏 회장은 대형 인수·합병(M&A)을 뜻하는 ‘코끼리 사냥’ 의지를 줄곧 보여왔지만, 최근 몇 년간은 사냥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사주 매입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편 버핏 회장은 지난해 11월 먼저 세상을 떠난 ‘영혼의 단짝’인 고(故) 찰리 멍거 부회장에 대한 추모도 전했다. 추도문은 주주 서한 제일 앞에 별도로 첨부됐다. 버핏 회장은 “찰리는 100번째 생일을 불과 33일 앞두고 먼저 떠났다”며 “그는 지금의 버크셔를 있게 한 설계자였고 나는 그의 비전을 하루하루 기획하기 위한 총괄 역할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찰리는 크리에이터로서 자신의 역할을 인정받으려 하는 대신 내가 상을 받도록 해줬다”며 “찰리는 영원한 설계자로서 인정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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