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대병원 본관 2층에서 남편과 함께 사위를 기다리던 이모 씨(77)는 상기된 얼굴로 이 같이 밝히며 마스크를 고쳐 썼다. 그는 “여기서 진료 받은 시간이 1년도 넘는데, 아기가 나와야 하는 마당에 전공의가 없어 병원을 옮겨야 한다니 정말 화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한 가운데 의료 공백에 따른 피해는 환자들의 몫이 됐다.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 전공의들은 이날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했다. 서울대병원은 전공의 4년 차를 제외한 전체 전공의가 진료 현장을 떠나기로 하면서 성인 70%, 소아 60%씩 수술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 씨는 “의사 선생님이 ‘전공의 없이 혼자 수술하기는 어렵다’고 했지만, 꾸준히 진료 받아온 이 병원에서 수술까지 받고 싶었다”며 “결국 오늘 아침 수술을 무사히 진행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금은 한시름 놨지만, 이런 식이라면 나중에 아기가 아프거나 할 때 또 걱정되고 문제가 많을 것 같다”고 힘주며 말했다.
전공의들의 근무 중단 전에 제왕절개 수술을 받아, 곧 퇴원 절차를 밟는다는 36세 산모는 “이 난리가 나기 전에 수술 받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의사들이 그렇게 이익을 취하려고 하면 되겠느냐”면서도 “정부도 소통하지 않고 (의대) 증원만 하겠다고 해서 문제인 것 같다”고 전했다.
뇌 질환 때문에 강원 지역에서부터 MRI를 찍으러 서울대병원을 주기적으로 방문한다는 채모 씨(70) 또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사진만 찍는 것이기 때문에 오늘 불편 겪는 일은 없었다”면서도 “제 뇌에 꽈리가 있다고 해서 계속 검사해서 위험하다 판단되면 수술로 잘라내야 한다고 하던데,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의사가 부족하진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전했다.
이어 “지방에 살기 때문에 항상 의사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지방에는 병원도 의사도 없어서 난리가 나는데, 의사가 늘긴 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보건복지부는 전날 밤 11시 기준 전국 전공의 1만3000여명 중 55%에 해당하는 6415명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들 중 1630명은 근무지를 이탈했다. 정부는 전공의 총 831명에게 현장으로 복귀하라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