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등장으로 작품 다양화됐지만, 전반적인 제작비 상승해
"철저한 시장논리…출연자에 따라 광고 협찬ㆍ방송 여부 결정"
방송 프로그램 외주제작과 관련해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이 방송사와 제작사 별로 차이를 드러냈다. OTT로 인한 환경 변화는 제작사가 방송사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출연료'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선 의견을 같이했다.
19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방송 외주제작 거래관행 전반을 점검한 '2023년 방송 프로그램 외주제작 거래 실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방송 프로그램 외주제작 계약 중 표준계약서 활용에 대해 제작사는 평균 88.7%의 활용률을 보였다.
각 부문별 활용률은 △드라마 부문: 지상파 100.0%, 종편 66.7% △예능 부문: 지상파 88.9%, 종편 86.7% △교양 부문: 지상파 87.5%, 종편 92.9%이었다.
제작사는 외주거래 관행 개선 필요성에 대해 5점 만점에 평균 3.56점으로 대부분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반면 방송사는 관행 개선 필요성에 대해 다소 낮게 응답(평균 1.93점)해 인식 차를 보였다.
제작비 규모에서도 방송사와 제작사 간 인식 차가 나타났다. 방송사는 적정하게 지급한다고 응답(평균 3.33점)한 반면, 제작사는 적게 받는다고 인식(평균 2.05점)했다.
OTT의 등장이 외주제작 환경 변화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방송사(평균 1.67점)와 제작사(평균 2.78점) 간 인식 차를 보였다.
방송 관계자는 "제작비가 많이 올라갔고, 방송사의 IP는 줄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은 분명 있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제작 관계자는 "다양하고 독특한 고퀄리티의 드라마가 나오는 건 OTT가 줄 수 있는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티빙이나 웨이브, 왓챠 정도가 우리나라 OTT 채널인데, 그 채널들이 자생력이 있느냐, 자기들이 추구하는 콘텐츠가 있느냐, 라고 보면 없다"며 "색깔이 없다. 색깔이 있어야 거기에 맞춰서 기획할 텐데 아직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작비 내역 중 단가 하향 조정이 필요한 항목 1위로 방송사와 제작사 모두 '출연료'를 꼽았다.
방송사는 △출연료 △제작진 인건비 △작가료 순으로, 제작사는 △출연료 △작가료 △제작진 인건비 순으로 단가 조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방송 관계자는 "OTT가 들어오면서 제작요소의 단가가 전부 상승했고, 작가료도 과거 대비 너무 많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스태프 단가도 출연료 상승 비율만큼 치솟고 있다. 스태프 조합이 생겨나면서 권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방송사 직원들이 최저임금으로 진행해야 메꿀 수 있는 상황이고 그들은 이미 귀족임금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방송 관계자는 "제작비의 절반 이상이 출연료다. 과거 OTT가 등장하기 전에는 그나마 지상파 방송사들끼리 모여서 나름의 한도를 정할 수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게 불가능해진 상황"이라며 "누가 출연하는지에 따라 시청자들의 선택이 달라지기 때문에 철저히 시장논리로 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방송사도 그렇고 광고 협찬도 그렇고 출연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방송할지 말지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