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해외 투자자들…대중국 FDI 30년내 최저

입력 2024-02-19 12:36 수정 2024-02-1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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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30억 달러…전년비 80%↓
1993년 이후 최저
반간첩법 강화ㆍ시장조사업체 단속 영향
미국 제재ㆍ경제 부진 장기화도 주요 배경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지난해 3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 당국의 압박과 미국의 제재로 인해 외국기업들이 빠르게 중국을 떠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1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산하 영자지 닛케이아시아(닛케이)에 따르면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이 전날 발표한 국제수지에서 지난해 외국기업들의 대중국 FDI가 전년보다 80% 급감한 330억 달러(약 44조 원)로 집계됐다. 이는 2년 연속 감소한 것이자 2021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 3340억 달러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또 1992년 덩샤오핑이 남순강화를 통해 본격적으로 FDI 촉진 정책을 추진한 다음 해인 1993년의 275억 달러 이후 최저치다. 한 마디로 중국이 해외 자본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이는 중국 경제 성장 모델이 기로에 서 있음을 뜻한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FDI 급감 주요 원인으로는 중국 정부가 스파이 단속 등 국가안보에 더욱 집중하면서 외국기업들이 중국 사업을 축소한 것이 꼽혔다.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은 투자 전 경영상황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작년 7월 1일부터 반간첩법이 전격 확대 시행되면서 어렵게 됐다.

중국 당국은 시장조사업체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고, 외국기업 근로자들이 구금됐다는 보고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조사업체 갤럽은 지난해 중국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상하이 시청 건물에서 오성홍기가 나부끼고 있다. 상하이(중국)/AP연합뉴스
▲중국 상하이 시청 건물에서 오성홍기가 나부끼고 있다. 상하이(중국)/AP연합뉴스

미국이 동맹국들과 연대해 중국에 가하는 첨단 반도체 제재도 악영향을 미쳤다. 미국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인 테라다인은 주요 생산 시설을 중국 장쑤성에서 말레이시아로 이전했다. 영국 인공지능(AI) 유니콘 기업 그래프코어도 최근 중국 직원 대부분을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경제성장 둔화가 장기화하는 것도 외국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는 이유로 꼽힌다. 중국은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국내 수요가 부진하고 디플레이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닛케이는 “중국 기업이 전기차, 감시카메라 등 일부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시작했지만 첨단 반도체 등 분야에서는 여전히 외국기업의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해외 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면 중국의 생산성 향상은 둔화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타격을 주는 악순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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