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시대 틀에 박힌 교육 버리고
善 가치 공유하는 집단지성 키워야
1920년께 루돌프 슈타이너 박사가 창시한 발도로프 교육은 아이를 ‘되어져 가는 인간 존재’로 보고, 개인의 고유한 잠재력을 활성화하는 데 중점을 둔 교육이다. 기존 교육과 다른 점은 정해진 틀에 아이들을 맞추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가진 잠재력이 발아되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이다. 그래서 발도로프 학교의 교재 인형에는 눈 코 입이 없다. 상상의 여백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아이들의 상상을 구현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여하히 상상할 수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이다.
머지않아 출시될 생성형 인공지능은 IQ 1600 정도의 지능을 갖게 된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의 IQ가 160 정도라고 하니 인간의 사고능력을 월등하게 초월하게 되고 창의적 사고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쯤 되면 인간이 인공지능을 능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렇게 인공지능과 경쟁할 수 없다면 인간은 대체 무엇을 하게 될지 예측이 잘 안 된다. 어찌 되었든 인공지능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매우 유익한 동반자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윤리적 규범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으면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러운 점이기도 하다. 이것 때문에 혹자는 인간이 인공지능의 애완동물이 될지 모른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이 인공지능을 창조했다면 이들의 윤리적 규범도 제대로 만들어내야 한다.
마치 부모가 한없는 사랑으로 훌륭하게 자식을 성장시키듯 우리도 이제 이런 사랑과 성실함 그리고 윤리적인 모습으로 인공지능을 학습시켜 그들로 하여금 훌륭한 일을 해 낼 수 있게 해야 된다. 어쩌면 이것이 유일하게 남은 우리 인간들의 역할일지 모른다. 그들의 지적능력을 따라잡을 생각을 하기보다는 그들이 가진 그 어마어마한 능력을 지구공동체를 위해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관리하고 무한한 사랑을 베푸신 부모처럼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상상해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이 여전히 갖기 힘든 영성이나 사랑 등을 통해 차별화되는 것 말고 달리 내세울 수 없음을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인간을 초월한 너무나 똑똑한 인공지능이 파괴적이거나 폭력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지구적 선을 위해 활용되도록 그들의 윤리적 수준을 한없이 끌어올려야 하는 부모님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다면 모든 생물종과 공존하는 지구공동체를 창조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을 이렇게 윤리적으로 무장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인공지능은 스스로 학습하기 때문에 그들이 접할 인간들의 집단지성이 어떤 모습이냐에 따라 그들의 성격도 달라질 수 있다. 만에 하나 우리 모두가 이런 훌륭한 집단지성으로 윤리적인 인공지능을 만들어낸다면 지금 지구촌의 가장 시급한 현안인 기후문제나 양극화 문제 그리고 전쟁 등도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국가적 이익을 추구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공유지의 비극’이며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큰 관점의 윤리의식이 필요한데 인류가 그런 수준의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된다면 인류는 큰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인류는 여전히 그러한 공동체 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
이런 급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학교 교육은 산업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던 교육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처럼 인간도 제한된 기능을 갖도록 교육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우수 제품과 열등 제품으로 구분하면서 말이다. 매년 한날 한시에 전국 고3학년 학생들에게 일제히 수능 시험을 치러 성적순으로 줄을 세우는 이벤트가 지금도 계속되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인간의 지능이나 근력이 필요한 세상은 끝났다. 아무리 가르쳐도 인공지능을 능가할 수 없다. 불필요한 교육에 시간낭비를 해서는 안 된다. 이제 영성과 사랑으로 지구적 선을 추구하는 가운데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는 자들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가치가 모여 집단지성을 형성해야 한다. 개개인이 가진 재능이 마음껏 발아되고 그 재능이 지구적 선을 추구하는 가운데 이 세상에 이롭게 쓰이도록 하며 그러한 것들이 모여 집단지성을 이루어내야 비로소 인공지능도 훌륭하게 작동될 수 있을 것이다. 결코 개발자 몇 명이 인공지능의 윤리관을 통제할 수 없다. 아무쪼록 지금의 교육이 획기적으로 개편되어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가 겪지 않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워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