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권·닛케이 지수 급등…국내 종목 기대감도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이 미국 증시 랠리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증시도 반도체주가 강세를 띠며 상승장을 이끌었다. 국내는 반도체 훈풍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일본과 대만에 비해 미미하지만, 개별 종목에는 수혜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6일 대만 가권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2% 떨어진 1만8607.25에 마감했다. 전날 1만8644.57을 기록하며 2022년 1월 찍은 최고치를 갈아치운 직후 다소 하락했지만, 연초 이후 오름세는 가파르다. 올해 1월 2일부터 지난 16일까지 가권지수는 4.2% 급등했다.
가권지수 상승세를 자아낸 주인공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TSMC다. TSMC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15% 넘게 올랐다. TSMC는 대만 증시 시가총액의 30%가량을 차지한다. 지난 15일에는 장중 9.8%까지 급등했는데, 이런 상승 폭은 2020년 7월 이후 최대다.
일본 증시도 AI 반도체 테마가 강세를 보이며 올랐다. 일본 시가총액 4위인 반도체 제조업체 도쿄일렉트론은 올해 첫 장인 지난달 4일과 비교해 47.2% 치솟았다. 반도체 장비업체 어드밴테스트도 같은 기간 52.1% 뛰었다. 이 기간 닛케이255지수는 15% 이상 오르며 1989년 1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3만8916)까지 약 1.1% 상승분만을 남겨둔 상태다.
대만과 일본에서 펼쳐진 상승장은 대장주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AI 반도체 종목이 미국을 휩쓴 여파가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알파벳을 제치고 미국 증시 시총 3위로 도약한 엔비디아의 연초 이후 상승률은 50%를 웃돈다. ‘제2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AMD도 같은 기간 27.5% 올랐다. 이에 힘입어 S&P500지수는 5029.73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오는 21일로 예정된 엔비디아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 랠리 지속 기대감은 극에 달해 있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금리보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더 중요하며, 엔비디아 어닝쇼크는 시장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변수”라며 “발표 전후 시장 변동성이 극대화될 가능성이 커 각별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국내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대만과 일본 반도체 기업에 비해 잠잠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향후 이들 종목의 상승 여력을 기대해 볼만 하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AI 반도체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공급 업체는 제한돼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는 진단이다. 연초 이후 삼성전자는 7.2% 빠졌고, SK하이닉스는 3% 올랐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AI 반도체가 탑재된 IT 기기는 향후 신규 수요를 창출할 전망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삼성 파운드리 사업은 향후 AI 반도체 수요 증가가 실적 개선의 돌파구로 작용할 것”이라며 “삼성 파운드리 생태계(SAFE) 파트너인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업체들도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