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법인세 부담률이 매우 과다한 수준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어제 발표한 ‘우리나라 법인세 부담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부담 비중이 5.4%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1972년 이후 50여 년 만에 가장 높다. OECD 회원국 중에선 세 번째로 부담이 무겁다.
우리 법인세 부담률은 2000년까지만 해도 3.0%로 OECD 중위권에 머물렀다. 그 이후의 추세적 변화가 문제였다. 주요 경쟁국들이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앞다퉈 법인세율을 낮출 때 한국은 외려 올렸다. 좌파의 반기업 선동에 밀려 국가적 역주행을 한 것이다. 그 총체적 결과가 OECD 평균(3.8%)을 웃도는 법인세 부담률이다. 주요 7개국인 미국(1.8%), 일본(4.6%), 독일(2.4%) 등보다 훨씬 높다.
OECD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법인세율을 낮춘 나라는 38개 회원국 중 미국, 일본 등 20개국에 달한다. 11개국은 세율을 유지했다. 한국은 조세 인하 경쟁의 기류를 읽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전임 문재인 정부의 경우 2018년 과표 3000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다. 현 정부 들어 다소 조정됐지만, 거대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1%포인트(p) 인하에 그쳤을 따름이다.
법인세율 체계도 후진적이다. 한국은 과세 표준을 4단계로 나누고 있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더 매섭게 가중처벌을 하는 다단계 누진 구조다. OECD 회원국 중 유일하다. 2000년 OECD 평균보다 1.5%p 낮았던 우리 최고세율은 2022년 오히려 3.9%p 높아졌다.
우리 기업들은 온몸에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주렁주렁 달고 글로벌 경쟁 트랙을 돌고 있다. 경쟁국 기업들은 각종 조세 혜택을 누리며 하늘 높이 날아다닌다. 어느 쪽이 이기겠나.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이 힘차게 뛰지 못하면 경제적 미래는 캄캄하다. 양질의 일자리도 없다.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이웃 국가인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으로 대변되는 장기 경제 위기에 빠져 있다. 지난해 GDP 비교에서 독일에 뒤져 세계 4위로 밀려났다고 한다.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1.4%)은 그런 일본(1.9%)에도 뒤처졌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과중한 법인세 부담을 당연시하는 반시장 기류와 무관할 리 없다.
국가 경제의 역동성 회복이 시급하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OECD 평균(22.0%) 이하로 낮추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최고 60%에 달하는 약탈적 상속세도 없애거나 낮출 일이다. 세제 개편은 입법 지원이 필수적이다. 입법부를 장악한 거대 야당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걸핏하면 ‘부자 감세’ 프레임을 들이대는 자해적 성향만 제어해도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야당 체질상 그것이 쉽지 않다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22년 보고서라도 먼저 들여다볼 일이다. KDI 보고서는 법인세 최고세율 1%p 인하 시 GDP가 단기적으로 0.21%, 장기적으로 1.13% 증가한다고 적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