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한국 기자들과 화상으로 만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셀린 송 감독이 연출 포인트로 '인연'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셀린 송 감독의 설명처럼 '패스트 라이브즈'는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인연에 관한 영화다. 3월 국내 개봉을 앞둔 이 영화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두 남녀가 24년 만에 뉴욕에서 재회하며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배우 그레타 리, 유태오 등이 참여했다.
그는 "영화에는 미국인에게 한국계 주인공이 '인연'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는 순간이 있다. 그 장면 덕분에 영화를 본 사람들이 인연에 관해 많이 알게 됐다"라며 "그 단어를 매일 쓰고 생각하게 된다는 관객들의 후기를 들을 때 참 뿌듯했다"고 말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오랜 시간 연극 작가로 활동한 셀린 송 감독은 생애 첫 장편 연출작으로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각본상 부문에 후보로 지명되는 영광을 안았다.
그는 "12살까지 한국에서 컸기 때문에 한국 사람인 부분도 있고, 뉴욕 사람인 부분도 있다. 캐나다에 이민갔기 때문에 캐나다적인 부분도 있다"라며 "내 안에 있는 많은 부분에 대해 생각하며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겉으로만 한국적인 게 아니라 철학이나 이데올로기 같은 것도 한국적인 게 깊이 들어 있는 영화"라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계 감독과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이 유수의 시상식을 휩쓸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주연 배우 스티븐 연은 이 드라마로 골든글로브와 에미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2021년 배우 윤여정에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긴 영화 '미나리'도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패스트 라이브즈' 역시 이 같은 작품들과 궤를 같이한다. 이 작품은 CJ ENM과 미국의 영화 배급사 A24가 공동으로 투자ㆍ배급을 맡았다. A24는 '미나리'와 '성난 사람들'의 배급을 맡기도 했다.
미국의 '한국계 이민자' 이야기에 관한 높은 관심에 대해 셀린 송 감독은 "꼭 이민자라는 정체성이랑 연결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이 그와 비슷한 걸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할 수 있는 것처럼 인생을 살면서 시간과 공간을 움직이는 행동을 많이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제2의 '기생충', '미나리'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너무 다른 영화"라며 수줍게 웃었다. 셀린 송 감독은 "그런 것보다는 '기생충'이나 '미나리'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게 기본적으로 너무 좋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세상에는 특별한 인연이 있고, 그냥 지나치는 인연도 있다"라며 "평범한 인생에도 여러 시공간이 지나가고 있다. 모든 인생에 신기한 순간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