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어려울때 도와줄 사람 드물어
다양한 인맥 형성 기회 만들어주길
최근 파워유투버이자 ‘신경끄기의 기술’ 저자로 잘 알려진 마크 맨슨의 영상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가 화제를 모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이 보여주는 사회의 역설적인 현상을 잘 설명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극심한 경쟁이 효율성을 높이고 빠른 성장을 이루는 동력이 되었지만 경쟁의 특성상 승자가 되지 못한 사람들이 겪는 패배감과 우울감, 그리고 이를 터놓기 어려운 환경까지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사람들이 잘 연결되어 있는 좁은 사회이다. 잘 연결된 사회적 네트워크는 소위 베스트 프랙티스를 빠르게 확산시키며, 이에 따라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나은 역량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모두가 발전하게 되면 결국 나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 루이스 캐럴이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의 입을 통해 얘기했던 모두가 뛰는 세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힘을 다해 뛰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세상은 아무래도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1960년대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은 과학의 발전과정을 연구하면서 노벨상 수상자같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갖는 과학자가 비슷한 역량을 가졌으면서도 그만큼의 지위를 갖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자원과 관심을 받게 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이것이 더 높은 성과로 다시 이어진다는 것을 찾아냈다. 성경 마태복음의 달란트 비유에서 영감을 얻은 머튼은 이를 ‘매튜 효과’로 명명하였다. 이러한 매튜 효과의 존재는 승자가 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아픔이 되지만, 승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고취시킴으로써 과학 발전에는 도움이 되었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후 이론가들은 ‘매튜 효과’가 언제나 최적의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존 가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과 같이 뛰어난 실력을 갖춘 소수의 실력자들을 모아 놓은 경우, 또는 다수가 참여하지만 일에 대한 의미가 남달라서 어느 수준 이상의 품질에 다다르더라도 이를 더 높이기 위한 노력을 아까워하지 않는 경우엔 ‘매튜 효과’가 있는 편이 사회적 후생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그 외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은 사람들에게도 소수에게만 허락되었던 자원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는 편이 더 많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애플의 최고 인사담당자였던 포돌니가 참여했던 이 연구는 이러한 현상을 ‘매튜 효과’와 대비하여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는 성경 마가복음 구절을 인용해 “마크 효과”라고 명명하였다.
지위의 차이에 따라 가장 많이 차이가 나는 것 중 하나는 인맥이다.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정보 확산의 속도가 빠르지만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중요 정보 접근에 대한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미국에서도 이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이루어졌는데 일반적으로 소득이 높은 계층은 주변에 풍부한 인맥을 형성하고 이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인맥도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계층에게 단지 다른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이들의 실업률을 줄이고, 따라서 소득을 올리며, 나아가 지역사회 수준을 올릴 수 있었다는 사례가 보고되었다. 따라서 창업을 하고자 하는, 또는 더 나은 직업을 꿈꾸지만, 좋은 선배나 멘토를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보다 다양한 네트워킹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전략이론의 대가인 헨리 민츠버그는 SNS가 지배하는 사회에 대해 네트워크는 커졌지만 커뮤니티는 사라졌다고 한탄한 바 있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은 늘어났으나,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커뮤니티를 다시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경제의 재도약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좋겠다. 우리 사회를 덜 우울하게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