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24년 전 사라진 보험 설계사 박이순…그녀와 만난 3명의 남자 누구?

입력 2024-02-04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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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이순 씨는 어디로 갔을까.

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504호 남자와 엄마의 마지막 전화’ 보험설계사 박이순 실종 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2000년 11월 13일 보험설계가 박이순 씨가 실종됐다. 결혼 9년 만에 남편과 사별해 2살 터울의 남매를 키워온 이순 씨는 낮에는 보험설계사, 밤에는 카페를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해왔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사무실에 출근해 고객을 만나러 나갔던 이순 씨. 그리고 그날 밤 동네 주민과 이순 씨의 큰 오빠는 이순 씨로부터 “2000원만 빌려달라”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 전화를 끝으로 이순 씨는 24년째 자취를 감추었다.

가족들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순 씨가 사라진 다음 날인 14일 뜻밖의 곳에서 이순 씨의 흔적을 발견했다. 바로 나주 영산포의 한 은행이었다. 그곳에서 이순 씨 명의의 통장에서 490여만 원이 인출된 것이다.

경찰의 추적 결과 은행 CCTV에 포착된 인물은 은행 근처에서 다방을 운영하는 30대 남자였다. 이 남성은 모델 504호에 투숙하며 심부름으로 돈을 인출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남자는 다방 종업원들을 시켜 이순 씨 통장의 돈을 인출했다.

당시 이순 씨는 보험 수금액 1억원가까이 되는 ‘보험왕’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그리고 13일 오후 2시 30분,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광주 각화동에 있는 금호 다방에서 보험 계약자인 3명의 남자를 만났다.

이순 씨는 동료에게 7시까지 사무실로 돌아오겠다고 말했지만, 돌아오지 않았고 “아는 동생들과 있으니 먼저 집에 들어가라”라고 동료와 통화를 나누었다.

경찰은 그 이후인 8시 48분부터 이순 씨게 어떠한 위험이 생겼을 거라고 추측했다. 그때부터 9시 29분까지 이순 씨의 휴대 전화로 은행, 신용 카드사, 증권사 등 19건의 전화가 이루어졌으며 290만원의 대출이 진행됐기 때문이었다.

지인들에 따르면 이순 씨는 평소 카드 대출은 물론 ARS도 사용하지 않았다. 해당 대출을 받은 뒤 이순 씨는 지인과 큰오빠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전화했다.

전문가들은 “다방에서 만난 3명은 완전 낯선 사람은 아니고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일 것이다. 말 몇 마디에 경계가 무너질 수 있는 사람일 것 같다”라며 “3명 이상의 공범이 치밀하게 계획하고 역할을 분담한 범죄 같다. 범죄 의도를 가지고 유인해서 만나서, 그걸 숨기고 즐겁게 대화를 한 것을 보면 아주 범죄성이 높은 사람들 같다”라고 분석했다.

경찰은 각 통신사에 요청한 통화 기록 10만여건을 확인한 결과 이순 씨의 마지막 위치인 각화동과 504호 모텔이 있는 나주에서 통화 기록이 걸린 딱 한 명이 나왔다. 35세의 김석준 씨였다.

김 씨의 통화 기록을 확인한 결과, 김 씨는 이순 씨가 실종된 날 금호 다방으로 향하던 시간에 한번, 또 3명의 남자를 만나고 있을 때 한번 금호 다방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김 씨는 경찰에 “금호다방을 모르고 전화한 적도 없다”라고 잡아뗐다. 김 씨는 이순 씨와의 관계를 ‘형 친구의 고향 누나’라고 말했다.

이순 씨가 실종될 당시 김씨가 가장 많이 전화 통화를 한 사람은 또래의 이 씨였다. 두 사람은 금호 다방에서 2km 떨어진 곳에 상품권 판매를 위한 사무실을 차려놓고 도박을 즐겼다. 이순 씨가 실종된 직후에도 도박을 즐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함께 도박한 지인은 두 사람이 한 은행 봉투에서 돈을 꺼내놨다고 진술했는데, 공교롭게도 이순 씨의 돈이 인출된 은행과 같은 은행의 봉투였다. 하지만 이 씨는 김 씨와 마찬가지로 이순 씨를 전혀 모른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찰은 두 사람 외에도 같은 도박 무리인 서 씨도 용의자로 보았다. 이순 씨가 실종된 5일 뒤 서 씨가 김 씨의 차량을 운전하다가 사고를 냈는데, 경찰은 해당 차량이 실종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조사하려 했으나 이미 폐차를 진행한 상태였다. 서씨 역시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이순 씨를 모른다고 주장했다.

어렵게 제작진과 연락이 닿은 김 씨는 이순 씨에 대해 “한두 번 봤을 뿐 잘 모른다. 옛날에도 경찰서 가서 조사받고 그랬다. 그걸 왜 지금 나에게 말하는 거냐. 나는 이야기할 필요도 없고. 조사도 받고 거짓말 탐지기까지 했다”라며 분노했다.

아는 형의 소개로 이순 씨의 카페에 가서 얼굴을 본 게 전부라는 김 씨. 하지만 이순 씨의 카페에 함께 갔다는 아는 형은 김씨가 이순 씨와 잘 어울려 다녔다는 상반된 주장을 내놨다.

당시에도 세 사람이 유력 용의자라고 생각한 경찰은 이들의 사무실에 혈흔 감식 등을 진행했으나 어떠한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이들에 대한 수사를 멈출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이순 씨의 사건은 24년째 미제로 남았다.

경찰은 “유골 발견되면 DNA 대조를 계속하고 있지만 일치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사체가 어디에 있는지만 알면 직접 증거가 나오는 거로 큰 도움이 될 거 같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당시 18살이었던 이순 씨의 딸은 어느덧 엄마의 나이가 됐다. 그녀는 “끝내지 못한 숙제 같다. 어른이 되지 못한 거 같다. 아직도 고3 때 그때 기억에 계속 머물러 있다”라며 “그 사람들 못 찾더라도 엄마 시신이라도 찾았으면 좋겠다”라고 안타까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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