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혁신 '수은 2.0 모델'로 도약
글로벌 수주 프로젝트 역량 집중
자본금 확대 '수은법 개정' 안간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출 길이 장기간 막혀버렸다. 지난해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수출 길이 다시 열리기 시작했지만, 복구 속도는 다소 더딘 상황이다.
30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3년 중소기업 수출동향(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 수출은 1118억 달러로, 전년(1145억 달러) 대비 2.3% 줄었다. 중소기업 수출 규모는 2021년(1155억 달러) 이후 2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처럼 수출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주목받는 기관이 바로 한국수출입은행이다. 한국수출입은행법에 따르면 수은의 역할은 수출입, 해외투자 및 해외자원개발 등 대외 경제협력에 필요한 금융을 제공하는 데 있다.
수은의 금융서비스와 상품은 우리 수출기업들에게 필수 영양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그만큼 성장과 성공에 필수적이다. 수은은 수출입 거래를 위한 금융을 제공하며, 해외 공급업체로부터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소기업 성장에 대한 기여가 상당하다. 수은은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위해 올해 총 3330억 원 규모의 상생금융안을 발표했다. 기존 상생금융 서비스를 2조7000억 원에서 3조 원 규모로 늘리고, 금리 인하 프로그램 확대를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300억 원 규모의 이자감면,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규제 대응을 위한 30억 원 규모의 심화컨설팅 제공이 핵심이다.
정책금융의 핵심 기관 중 하나인 수은을 이끄는 윤희성<사진> 행장은 올해로 취임 3년 차를 맞았다. 윤 행장은 수은 최초의 내부 출신 행장이라는 점에서 기존 행장과 남다르다. 1988년 입행 이후 줄곧 수은에서 일해온 만큼 전문성도 갖췄고, 그만큼 직원들과 소통도 원활하다.
이런 ‘소통 리더십’을 앞세운 윤 행장의 올해 목표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수은 2.0 모델’로 한 단계 도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출 7000억 달러 돌파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글로벌 중추 국가 도약이라는 과제를 제시했다.
올해 수은은 향후 10년간 우리 수출과 일자리를 견인할 이차전지,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 차세대 수출동력으로 육성 중인 방위산업, 사우디 네옴시티 등 핵심 글로벌 수주 프로젝트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사업을 해내기 위해 발목을 잡은 수은법 개정이 필수라는 점이다. 수은법 제4조에는 수은의 자본금을 15조 원으로 한다는 내용이 있다. 한국은 2022년 폴란드와 무기 수출을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1차 수출 계약 당시 수은과 무역보험공사는 각각 6조 원씩을 폴란드에 빌려주기로 약정했고, 올해 2차 수출이 이뤄질 예정이다. 30조 원 규모의 2차 무기 수출 계약 과정에서 폴란드는 는 20조 원 이상의 국가 대출 보증을 요구하고 있지만, 수은은 수은법상 동일 차주에게 자기자본의 40% 이상을 대출할 수 없어 수출 계약이 무산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수은법 개정을 위해 수은에서도 국회를 수차례 찾아가 설득하고 있지만 여야 간 정쟁에 밀려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수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취약성을 확인한 만큼 올해 공급망안정화기금을 출범할 예정이다. 상반기 중 업무 시스템을 완비해 하반기부터 기금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또한, 개도국 인프라 개발 지원, 탄소중립 경제 전환에 앞장서면서 우리나라를 글로벌 중추 국가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윤 행장은 “지난해 우리는 직원, 노조, 경영진이 합심 당면한 여러 난제를 슬기롭게 극복했다”며 “불가능한 일을 현실로 바꾸는 힘은 신뢰에 기반을 둔 팀워크에 있으며, 신뢰를 위해서는 막힘없는 소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