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 청년’ 50만 시대…"일회성 대책 안 돼, 종합적 사고해야" [관심法]

입력 2024-01-29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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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지난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청년 고립.은둔 실태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지난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청년 고립.은둔 실태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고금리·고물가로 청년 빈곤 문제가 심화되고, 은둔·고립 청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청년복지 강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회엔 관련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일회성이 아닌 문제의 본질을 관통하는 제도 마련이 선행돼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29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 여야는 은둔·고립 청년의 사회 진출을 비롯해 청년 고용·주거 문제를 해결할 법안을 다수 발의했다. 아동, 노인과 달리 청년은 사회가 보호해야 할 대상에서 ‘논외’로 취급받아 왔는데, 최근 청년 빈곤·고립 문제가 심화되면서 국회도 정책 마련에 속도를 낸 것이다.

지난해 5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청년인구(19~34세) 1000만 명 중, 고립·은둔 상태에 있는 청년의 규모는 약 5%다. 최대 54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일본 정부가 발표한 ‘히키코모리’(방콕족) 비율을 웃돈다. 일본은 만 15~64세 인구의 2%에 해당하는 약 146만 명이 6개월 이상 집 밖을 거의 나가지 않는 히키코모리라고 추정하고 있다.

국회에는 이 같은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지난해 8월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둔형 청년’에 대한 정의를 추가해, 이들에 대한 지원 및 실태조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문화하는 내용의 청년기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비슷한 내용으로 별도의 제정법을 두려는 움직임도 있다. 김홍걸 민주당 의원은 ‘은둔형 외톨이 지원법안’을 발의했다. 제정법안은 은둔형 외톨이의 정의를 확실하게 규정(6개월 이상 외부와 단절)하고, 3년마다 실태조사를 실시해 이를 기반으로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관계부처의 정보 제공 의무를 강화하는 법안도 마련됐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학교 등으로부터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졸업자·중퇴자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고, 관계 전산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개정안을 지난해 9월 대표발의했다.

구직을 단념하고 집에서만 생활하는 은둔 청년의 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실태조사 등을 위한 부처 간 정보 상호연계성을 강화하자는 게 법안의 취지다.

청년 고용에 대한 정부·지자체·공기업의 의무를 강화하는 법안도 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의 ‘청년 고용 의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인건비 확보 등을 지원하도록 했다.

현행법은 청년 미취업자의 고용 확대를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장에게 매년 정원의 3% 이상씩 청년 미취업자를 고용하도록 하는 의무고용제도를 두고 있다. 공공기관의 경우 정원 및 총액 인건비가 정해져 있어 제약이 존재하는 만큼, 정부가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울러 신영대 민주당 의원은 지방공기업 등의 청년 의무 고용 비율을 현행 3%에서 5%로 올리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법안들이 통과될 경우, 정부에 과도한 재정적 부담이 갈 수 있고, 공기업의 자율 경영원칙도 깨트릴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또 노인 등 고용시장의 대표적 취약계층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단 우려도 있다.

송주아 전문위원은 ‘정부의 인건비 지원’ 등을 명시한 강 의원 안에 대해 “정부에게 청년 미취업자의 고용에 필요한 정원과 인건비의 확보 노력을 규정할 경우 국가의 재정 부담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며, 또 “지방공기업 등의 청년고용 의무이행 노력이 소홀해질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김원모 전문위원은 ‘청년 의무 고용 비율’을 5%로 올리는 신 의원 안에 대해 “청년에 대한 특별한 우대는 다른 연령대의 구직자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신규채용 규모가 적은 기관(신규채용 자체가 정원의 3% 미만)은 청년고용의무 비율 준수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현실적 제약을 언급했다.

법안 마련에 있어 입안자의 인식 개선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은 본지에 “(법안 입안자들이) 현실 기반의 인식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은둔·고립 청년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일회성이거나 단기적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라는 인식 아래에 종합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청년 고용 의무 비율을 5%로 올리는 안에 대해 김 이사장은 “사회적 고립 청년은 애초 해당 제도권 밖에 있는 이들이다. 자살 경험이 있는 이도 있고, 대인 기피증이 있을 수도 있다. 원서를 낼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라며 “이들을 밖으로 끌어내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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